[방발기금의 역설]① 8월 징수율 개정 '불가능'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방발기금을 둘러싼 쟁점을 들여다보고 향후 과제를 분석합니다.

/생성형 AI(챗 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율 개정이 올해 8월에 시행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방발기금은 지상파 3사(KBS·MBC·SBS),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홈쇼핑, SO 등을 대상으로 부과되고 있다. SO란 유선망을 통해 다채널 방송과 지역 뉴스를 제공하는 케이블TV 서비스 운영 사업자를 말한다.

14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따르면 올해 8월 방발기금 고시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미통위는 매년 8월 방발기금 고시 개정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 SO를 대상으로 하는 방발기금 징수율은 9년째 방송서비스 매출의 1.5%를 유지하고 있다.

방미통위가 고시 개정을 하기 위해서는 전체회의에 보고 안건을 올린 뒤 기획예산처, 법제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후 다시 전체회의에서 최종 안건을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방미통위는 현재 방발기금 관련 보고 안건을 전체회의에 올리는 절차를 밟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8월 개정을 위해서는 현시점에 이미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8월 징수율 조정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방송광고 매출 변화, 방송시장 상황 등 미디어 환경 변화를 고려해 방발기금 분담금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기금 부과를 위해서는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의 진흥과 공공 목적 달성을 위해 부과되지만 현 체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O의 경우 방발기금 징수율은 2017년 매출의 1.5%로 통일된 이후 업계 실적 악화에도 수익 규모와 상관없이 매출에 비례한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방발기금은 방송 사업자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배타적 방송사업권과 공공 자산인 주파수를 활용해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 SO는 특정 권역 내 유료방송 서비스 독점권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매출액의 일부를 기금으로 납부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 IPTV의 확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장 진입으로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며 SO의 독점 구조는 사실상 해체됐다. 현재 SO는 가입자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규제 체계 밖에 있는 OTT와도 경쟁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결과적으로 독점적 지위와 혜택이 소멸했지만 과거 징수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

부과 기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지상파·종편·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보도PP)는 광고 매출을, SO·IPTV 등 유료방송은 방송서비스 매출을, 홈쇼핑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 표면적으로는 산업 특성을 반영한 차등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자별 부담 능력과 재정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O가 감경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5조 제5항은 공공성과 수익성,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해 사업자별 징수율을 차등 책정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위 법령인 시행령 제13조에서는 감경 대상을 지상파와 종편·보도PP로만 한정하고 있어 경영난을 겪는 SO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기준 JTBC는 2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기금을 내지 않았다. KBS 역시 881억 원의 적자 상황에서 실질 징수율 0.01% 수준인 1억8000만원의 기금만 부담했다.

반면 같은 기간 SO 90개사는 도합 149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250억원의 기금을 납부했다. 영업이익보다 방발기금이 더 많은 수익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같은 법 체계 안에서 특정 사업자군에 부담이 집중되는 현행 구조는 형평성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미통위의 '방송사업자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SO의 방송사업 매출은 2022년 1조8037억원, 2023년 1조7335억원, 2024년 1조6835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하락폭은 더 크다. 2024년 SO 전체 영업이익은 148억원으로 2023년 영업이익(631억원) 대비 77% 하락했다. 2022년 영업이익은 1309억원이다. SO 전체 가입자 수도 2022년 1273만명, 2023년 1254만명, 2024년 1227만명으로 감소했다.

SO 업계 점유율 1위인 LG헬로비전의 실적 역시 하락세다. LG헬로비전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554억원으로 전년 동기(3135억원) 대비 18.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1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71억원) 대비 28.4% 줄었다. 이러한 하락세는 전반적인 유료방송 시장의 침체의 여파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방발기금 개정이 시급하며 일부 SO는 경영 악화로 기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발기금 징수율이 현실에 맞게 조정된다면 지역 SO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 전체 방송사업 연간 실적 및 LG헬로비전 1분기 실적 추이/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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