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헌법학자들, 무책임한 발언으로 헌정질서 교란 부추겨!

[황치연 한국법치진흥원장]

비상헌정상황에 무책임한 학자들

광대한 헌법학 분야에서 정밀하게 전공한 '일부분'에 관한 헌법학의 박사학위 논문을 썼을지라도, 적어도 헌법학자라면 기본적으로 헌법사학, 헌법철학, 헌법해석학, 헌법소송론에 고도로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위헌적·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소추되어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비상헌정 상황'이다. 내란범 수괴로 체포·구속되어 기소된 피고인 윤석열과 관련된 형사재판도 개시되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나아가 내란동조세력들이 부화뇌동하며 아직도 정권실세와 관련 정당세력 및 언론농단세력이 잔존하여 활개치고 있는 비상헌정시국이다.

이러한 비상헌정상황에서, 일부 헌법학자가 헌법파괴에 대한 신속한 헌정회복을 도모하며 헌정질서의 안정을 위하여 헌법전문가로서 정론직필하기는커녕, 일단 내질러 보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더욱더 헌정을 교란시키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극치로 치달리는 경우를 목격하고 있다.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헌재의 '선고기일 연기' 잘했지만...

대통령권한 대행자 최상목은 국회가 헌법 제111조 제3항에 근거하여 적법한 국회 의결절차에 따라 선출한 3인의 헌재 재판관에 대해, 헌법상 아무런 명시적 근거도 없이 '여야합의'라는 추가적 헌법규정을 신설하는 궤변으로 "선택적 임명권"을 행사했다. 이에 유독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만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직무유기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권한 대행자 최상목의 헌재재판관 임명부작위(임명보류)에 대해 국회의 헌법기관 구성권 및 헌재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그런데 국회의장이 청구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적격을 터무니 없이 시비를 걸어 헌법재판소의 각하결정을 주장하며, 변론재개를 강변하는 견해가 언론을 도배하자, 헌법재판소가 선고기일을 연기하며 변론재개 결정을 했다. 일단 '공정한 헌법재판'이라는 외관을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가 취한 태도는 백번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다. ‘정의는 행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행해지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Justice must not only be done but also be seen to be done)’는 법언(法諺)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히 살피건대,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정당하게 결정문에 논증하면 될 사항에 대하여, 일부 헌법학자와 언론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헌법수호의 최후의 보루로서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신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절차상 아무 문제 없는 헌재 재판관 선출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제 헌법기관인 국회는 본회의에서 이미 "합의제" 의결기관으로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의 합헌적·합법적 선출절차를 거쳤다.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된 국회의장은 헌법 제48조 및 국회법 제10조에 따라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의 선출 및 국회의장의 선출 모두 국회구성원인 국회의원의 합의와 의결에 따른 것이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국회의 권한침해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적격이 인정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기 위해서 "추가적 법률규정을 신설하는 " 궤변으로 또다시 "국회의 의결"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런 법률상의 명시적 근거가 없다.

권한쟁의심판 청구한 국회의장 '적격'

국회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곡학아세의 '학썰'이 제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판례인용은 잘못된 선동메타포에 불과하다.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는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아닌,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의 소수집단이 국회를 "대표"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부적법하다는 것이다(헌재 2007. 7. 26. 2005헌라8, 판례집 19-2, 26, 33-34; 헌재 2007. 10. 25. 2006헌라5, 판례집 19-2, 436, 442-443; 헌재 2008. 1. 17. 2005헌라10, 판례집 20-1상, 70, 76-77; 헌재 2011. 8. 30. 2011헌라2, 판례집 23-2상, 276, 282-283).

즉,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 제63조와 같은 "명시적인" 규정에 의한 제3자소송담당이 허용되는 경우에만, 국회의장이 아닌 국회의원 등이 국회를 대표하여 권한쟁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BVerfGE 67, 100; BVerfGE 90, 286; BVerfGE 2, 143).

사진=MBC뉴스 동영상 캡쳐

"익일부터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 판시해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에 따라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의 일개 구성원인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인 피청구인이 대통령권한대행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맡았다고 하여 '대통령놀이'에 치우쳐, 헌법상 독립된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나기 전에 헌재 결정은 '권고적 효력'을 가진다고 하거나, 헌재의 관련 권한쟁의심판의 인용결정이 나더라도 '여야합의'가 없는 한 마은혁 헌재 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하겠다는 망언을 일삼고 있다.

이것은 내란범 수괴 피고인 윤석열이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동시에 피청구인이 되고 있는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의 인용결정이 날 경우, 불복하겠다는 선동적·선제적 취지와 결탁된 내란방조의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사전적인 불복을 시사하는 비상헌정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관련 권한쟁의심판의 인용결정주문에 "마은혁 헌재 재판관에 대해 임명을 할 것을" 피청구인 최상목에게 헌재 결정이 송달된 즉시, 즉 지체없이 임명할 것을 명령하고, 임명하지 않은 경우 "그 익일부터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판시할 필요가 있다.

비상헌정상황에서는, 최후적인 헌법수호의 기능을 맡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비상입법기능"까지도 행하는 과도적 규율(Übergangsregelung)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낙태 판결(황치연 공역, 임신중절에 관한 결정,헌법재판소, 독일통일관련 독일연방헌법재판소판례번역집, 1997. 10.) 참조와 독일 헌법학계의 통설적 견해(Peter Lerche 교수의 위 판결평석, 황치연 번역, 연방헌법재판소의 비상입법자로서의 기능, 법치국가의 기초이론, 1996. 6.)를 참조하기 바란다. 위 판결과 평석은 필자에 의해 국내에 모두 번역되어 있다.


※ 황치연 약력: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헌법전공),
-시인,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독일 본(Bonn) 대학교 법과대학 훔볼트 펠로우, 미국 뉴욕대학교(NYU) 법과대학원 글로벌 펠로우
- 사법시험 출제 및 채점위원, 현 한국헌법학회 자문위원
-한국법치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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