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찾는 여정과 귀향…윤후명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
![시인이자 소설가인 윤후명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yonhap/20260428091704308cdxt.jpg)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윤후명(1946∼2025)의 1주기를 맞아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이 문학과지성사(문지)에서 출간됐다.
그의 첫 시집 '명궁'이 나온 것도 1977년 문지를 통해서였다. 약 반세기 만에 마지막 시집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각별하다.
수록된 시편은 모두 미발표작으로, 고인의 제자인 소설가 정태언이 정리한 것이다.
윤후명은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특유의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문체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 불린다.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집 '돈황의 사랑'(1983) 등 그의 소설은 대개 이산의 정서를 다뤘다. 작품 속 인물들은 늘 길 위에서 사랑을 잃고 존재를 의심하고, 자아를 탐구하며 헤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출발점인 고향 강릉으로 돌아온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였던 1953년 여덟살의 나이에 강릉을 떠나야 했다. 시집의 제목인 모루도서관은 실제 강릉에 있는 도서관으로, 강릉에 귀향한 시인이 말년에 명예 관장으로 지낸 곳이다.
"다섯 살부터 여덟 살의 어린 그 무렵/ 밤이면 총소리 요란하던 이 거리/ 내 온몸 홍역 열꽃이 돋아/ 피란 못 가고 앓던 이 거리/ 모두들 어디론가 가서 몸을 숨긴 이 거리/ (중략) 70년 전의 이 거리를 지금 나는 홀로 걷는다/ 이제 어머니마저 저세상으로 가고/ 나는 홀로일 뿐이다" ('강릉 길, 어디인가' 중)
![모루도서관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yonhap/20260428091704477okxw.jpg)
이번 시집에는 시인의 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가득하다. 첫 남편을 잃고 담배 장사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온 어머니, 끝끝내 고마움을 전하지 못한 육군 중위였던 새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어머니는 새벽마다/ 뒤란 정화수 속 대관령에 기도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강릉을 떠난 적이 없다" ('어머니의 정화수 1' 중)
또 노년에 이른 시인은 도저한 체념과 마주한다.
"어느덧 팔순(八旬)에 이르렀다니/ 그리운 모든 것 아직 그대로인데/ 이게 웬일이냐고 새삼 돌아본다/ (중략) 뭘 찾아다닌다고 하였으나/ 무엇인지 아득한 나이/ 나에게 왔다가 간 모든 것/ 인생의 페이지를 더듬는다/ 더듬는다, 더듬어지지도 않는다" ('팔순에 이르렀다' 중)
평생 무언가를 찾아 헤맸지만 정작 무엇을 찾아 헤맸는지도 아득해지는 순간에도 시인은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시인은 "그럼에도 어디론가 걸어가야 한다"며 "머언 무지개는 어디 있는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희망이 아득하다 해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문학을 통한 진실 탐구를 멈추지 않겠다는 시인의 의지로 읽힌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독 속에서 문학을 통해 비상을 꿈꾼 윤후명을 만나볼 수 있는 시집이다.
한편 윤후명의 별세 1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5월 1일 서울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는 '윤후명 1주기 추모기념 학술대회: 윤후명의 문학세계'가 개최된다. 이어 7일 같은 장소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124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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