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러 가다가 '공포체험'한다는 유령상가

이 영상을 보라. ‘CGV 상영관 가는 길’이라고 적힌 화살표를 따라가니 허름한 문이 나오고, 문을 열었더니 그야말로 공포게임에서나 볼 듯한 음산한 분위기가 마구 흘러나오는데, 공포영화 보러갔다가 영화보다 섬뜩한 풍경에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단 후기도 있다. 유튜브 댓글로 “부산 서면 CGV 가는 길은 왜 그렇게 무서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직접 부산에 가서 취재해봤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IMAX 상영관이 있는 서면CGV는 부산진구 전포동 ‘지오플레이스’ 건물에 위치해있다. 일단 영상에 나온 풍경이 맞는지 밤에 직접 영상에 나온 길을 따라가봤다. 지하 5층 홈플러스 주차장에서 출발해 6층 영화관까지 올라가는 길이다.

그런데 6층에 내렸더니 뭔가 좀 다르다. 통로 안내방향도 다르고, 이쯤엔 오래된 오락실이 있었는데, 갑자기 헬스장이 나타났다. 알고보니 이곳에 있던 오락실 ‘게임D’는 지난 3월쯤 문을 닫았고, 이 헬스장은 6월 새로 개장했다고 한다. 영상 속 으스스한 통로는 현재 출입이 막혀 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난 건 아닌데, 통로 옆으로 이어진 건물 내부 계단이 있다. 1층까지 정상적으로 이어져 있긴 한데, 불이 다 꺼진 상태라 다소 공포스럽다. 부산 시민들 역시 다른 통로를 못 찾아 이 계단을 이용했다가 식겁했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통로와 별개로 이 건물 2~3층은 아예 비어있다.

인근 상인과 부동산업자, 도시계획 전문가를 취재해 얻은 결론은 크게 4가지. 먼저 건물 옆을 흐르는 동천. 부산 시민들이겐 ‘똥천’이라고까지 불려왔을 정도로 악취 문제가 있는 곳이다.

실제로 동천 인근은 바람이 없을 때면 다소 비릿한 냄새가 났다. 이마저도 그나마 개선된 것이라는데, 부산시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바닷물을 끌어들여도 봤고, 2025년까지 하수에서 오수를 분리한다는 계획도 세워놨지만 이마저도 주변 재개발 지역 관로 공사가 늦어져 언제 끝날지 모른다.

둘째, 인근 주거지역이 텅텅 비어간다는 것. 난개발로 마구 지어졌던 주택가가 사실상 수명을 다해 상당수가 노인들만 사는 빈집이 됐고, 대부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이건 사실 부산 전체적으로도 젊은 인구가 인근 김해나 양산 등지로 빠져나가 생긴 문제지만, 그중에서도 지오플레이스가 있는 부산진구의 빈집은 전체 2위인 687개다.

김흥도 할아버지(91·인근 40년 이상 거주)
“사람이 없어. 젊은 사람은 전부 다 나가버리고 없어. (인근은) 오래된 집이라. 아파트 새로 짓는 데로 다 가버리고 없어”
인근 상인
“젊은 사람들이 저 위에(전포동 카페거리) 가 있고 그리고 재개발해가지고 거의 빈 집이 많지. 위쪽으로 올라가면”

셋째, 건물 옆을 지나는 커다란 고가도로, 즉 ‘동서고가로’의 존재다. 이 도로는 부산 서면과 사상구를 연결하기위해 90년대 만들어졌는데, 구도심지역 위를 가로지르는 통에 경관을 해칠 뿐더러 인근 일대를 교통 면에서 사실상 고립시키고 있다.

<undefined dmcf-ptype="blockquote2" dmcf-pid="" class="undefined">말하자면 도시환경을 세밀하게 정비하기보단 자를 대듯이 고가도로로 교통체증을 해결하려 한 구시대적 행정의 결과물인 셈. 최근 해운대부터 사상구를 잇는 고속도로가 추진되면서 대안이 마련됐으니 이제 철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undefined>

김경수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원
"(동서고가로 철거는) 도심 활성화하고 핵심적으로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민들은 빨리 철거를 언제 빨리 공사 하나 하고 있고 부산시는 돈이 없다 보니까 민자 사업에서 철거를 할 겁니다라고 하고 있는 거고 그런 상황이거든요”

<undefined dmcf-ptype="blockquote2" dmcf-pid="" class="undefined">마지막으로 짚을 건 지오플레이스 같은 중소상인 중심 의류도매쇼핑몰의 몰락이다. 지오플레이스가 문을 연 건 1990년대 말. 이때쯤 부산에는 네오스포, 이지벨, 밀리오레, 르네시떼 등 비슷한 쇼핑몰이 주르륵 생겼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쇼핑몰이 우후죽순 열리던 시기다.</undefined>

사실 대도시의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으스스한 분위기의 건물에 멀티플렉스 영화관만 조합된 기묘한 구조로 부산 서면 외에 자주 회자되는 곳이 2006년 등장 직후부터 유령 건물 딱지가 붙었던 서울 신촌 민자역사다. 신촌 이화여대 대형상권을 끼고있지만 이들 상권의 쇠락, 인천공항철도 연결 등의 사업자 홍보가 말그대로 빈말이 되면서 몇년이 지나자 건물 대부분이 공실로 전락했고 메가박스만이 덩그러니 남은 곳이다.

다만 앞에서 본 것처럼 서면의 지오플레이스의 경우 신촌 민자역사와는 또 다르게 부산 도심 난개발의 후유증과 불황, 인구감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공포의 건물로 방치된 거라고 볼 수  있겠다.

부산시가 발표한 2030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서면 지역은 여전히 구도심인 광복동과 함께 신도심으로서 중심축 역할을 수행중이며, 해운대 강서와 함께 앞으로 부산의 핵심 4도심으로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있기는 한데 이게 얼마나 계획대로 잘 실현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