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메이저리그를 기다리며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 메이저리그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저스가 2년 연속 왕좌에 오른 가운데, 토론토도 월드시리즈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오타니 쇼헤이 (다저스 SNS)

오타니와 애런 저지는 리그 MVP를 수성했다. 오타니는 3년 연속이자, 통산 4번째 만장일치 MVP가 됐다. 투수로도 성공적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오타니의 질주는 새로운 시작이다. 저지도 '60홈런 포수' 칼 랄리의 도전을 따돌리고 통산 3번째 MVP를 따냈다.

디트로이트 태릭 스쿠벌은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피츠버그 폴 스킨스도 지난해 신인왕, 올해 사이영상을 거머쥐면서 투수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애슬레틱스 신인 닉 커츠는 7월26일 휴스턴전에서 6안타 4홈런 8타점 경기를 선보였다. 괴물 루키의 등장에 환호한 반면, 한 시대를 풍미한 클레이튼 커쇼가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통산 3000K를 달성한 커쇼는, 팀 우승까지 더해지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늘어난 코리안리거
지난 시즌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정후와 김하성을 비롯해 김혜성이 다저스에 입단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한 김혜성은, 생각보다 메이저리그에 빨리 올라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후는 출발이 좋았다. 4월 뉴욕 양키스 원정 시리즈를 지배할 때만 해도 '건강한 이정후'는 다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힘과 분석 대결에서 밀렸다. 8월 이후 47경기 타율 .306로 반등한 것이 고무적이다.

내년 시즌 이정후는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한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 (샌프란시스코 SNS)

샌프란시스코는 테네시 대학 감독 토니 바이텔로를 선임했다. 대학 감독이 메이저리그 감독을 맡은 건 전례없는 일이었다.

새 역사를 써야 하는 바이텔로 감독은 벌써부터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대학 무대에서 성공한 경기 운영을 프로 무대에서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바이아웃 금액까지 지불한 샌프란시스코도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결국, 바이텔로 감독의 야구는 '이기는 야구'다. 이기는 야구는, 곧 성적이다. 물론, 이정후는 계약에 따른 출장 시간이 보호될 것이다. 그러나 올해보다 중견수 수비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포지션 이동 등의 과제가 주어질 수 있다.

2025 중견수 DRS 하위

-13 : 조 아델
-14 : 오닐 크루스
-14 : 세드릭 멀린스
-18 : 이정후

*DRS (수비 실점 방지 지표)


김하성은 익숙한 환경에서 출발한다. 애틀랜타와 1년 200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또 한 번 FA 재수를 선택했다. 올해 늦어진 부상 복귀와 탬파베이의 불안정한 환경이 겹치면서 아쉬움이 컸는데, 내년에는 이러한 불안 요소는 사라졌다. 달리 말하면, 더 이상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김혜성이 역할 확대를 노려야 하는 상황에서, 다음 시즌 유틸리티 플레이어에 도전하는 또 한 명의 한국 선수가 등장했다.

샌디에이고와 4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한 송성문이다.

2024-25 KBO리그 wRC+ 순위 (800타석)

157.9 - 오스틴
156.4 - 송성문
153.1 - 구자욱
151.9 - 데이비슨
143.7 - 양의지


송성문은 최근 2시즌 KBO리그 국내 최고 타자였다. 2015-23년 통산 538경기 타율 .256, OPS 0.690에 불과했는데, 최근 2시즌 통산 286경기는 타율 .327, OPS 0.921이다. 웨이트로 체격을 키우고 타격 기술을 보완하면서 괄목상대했다.

송성문과 '피트 디영' 국제 스카우팅 부서장 (샌디에이고 SNS)

메이저리그 진출은 끝이 아닌 출발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송성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실력 발휘를 해야 한다. 송성문의 수비 유연성을 높게 보는 샌디에이고는, 심지어 외야까지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송성문은 데뷔 후 외야를 본 적이 없다.

이는 올해 김혜성과 비슷하다. 미국 무대에서 많은 것을 적응해야 하는 선수가, 어색한 포지션을 맡게 되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타격은 타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보여줘야 한다. 출발선에 있는 선수에게는 부담이 배가된다.

만약, 송성문이 첫 시험대를 잘 넘어간다면 내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우리에게 체감적 거리가 더 가까워질 것이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의 3파전이 훨씬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트렌드의 변화
올해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여러 팀들이 토론토의 타격을 주시했다. 토론토는 포스트시즌 팀 타율 .285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였다. 팀 타율 2위 양키스가 .251였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한 양키스는 7경기만 치렀다. 이 부문 3위 다저스의 팀 타율은 .233였다.

단일 PS 팀 최고 타율 (15경기 이상)

.320 - 2002년 에인절스(16경기)
.285 - 2025년 토론토(18경기)
.271 - 2011년 세인트루이스(18경기)
.267 - 1996년 애틀랜타(16경기)


리그 평균 타율이 .240대로 떨어진 투고타저에서, 토론토는 정규시즌 팀 타율도 .265로 전체 1위였다(리그 평균 .245). 즉, 토론토의 타격은 '가을의 기적'이 아닌 '진짜 실력'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팀과 선수는 홈런을 원한다. 홈런은 분명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도 만병통치약이다. 이기고 있을 때 홈런은 승기를 공고히 하고, 지고 있을 때 홈런은 추격의 신호탄이 된다.

덕분에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인 피트 알론소와 카일 슈와버는 만족스러운 계약을 받았다. 지난해 자존심이 상했던 알론소는 볼티모어와 5년 1억5500만 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슈와버도 연평균 3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5년 1억5000만 달러 계약으로 필라델피아에 잔류했다. 참고로, 슈와버는 내년에 33세다.

피트 알론소 (볼티모어 SNS)

하지만 모두가 홈런을 칠 순 없는 법이다. 또한, 알론소와 슈와버의 계약에서 알 수 있듯 손에 꼽히는 홈런 타자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홈런만 앞세우면서 정확성이 너무 떨어지는 타자는 인정 받지 못한다.

2022년 NPB에서 56홈런을 터뜨렸던 무라카미는 포스팅 분위기가 차가웠다. NPB 시절 높은 헛스윙률과 낮은 콘택트율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무라카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34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 뒤 다시 시장에 나오겠다는 계획이다.

무라카미 헛스윙률 변화

2022 : 31.7%
2023 : 34.3%
2024 : 37.3%
2025 : 36.7%

*2023, 2024년 리그 최하위


한동안 메이저리그는 홈런에 심취했다. 그러면서 사무국은 홈런, 삼진, 볼넷으로 치우친 편향성을 우려했다. 뛰는 야구를 권장하고, 수비 시프트를 제재하게 된 배경이다.

콘택트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정후의 타격 접근법은 더 확실해진다. 본래 강점이 바뀌는 트렌드에 부합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동향을 잘 살펴봐야 한다.

끝나지 않은 겨울
해가 바뀌어도, 겨울은 끝나지 않는다. 아직 FA 시장에는 '최대어' 카일 터커를 포함한 보 비셋과 코디 벨린저, 프램버 발데스, 알렉스 브레그먼 등이 남아있다. 크리스마스 주간부터 연말연시는 보통 조용하기 마련인데, 이 기간이 끝나면 다시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카일 터커 (컵스 SNS)

터커는 조용하다. 토론토가 관심을 보였지만, 빠른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오타니와 소토가 빠져나간 뒤 후속 계약들이 터졌다. 최대어로 불리는 선수의 기준이 정해져야, 그 다음 주자들도 적정선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FA 시장은 선발 투수 영입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포스트시즌 동안 선발 투수들의 존재를 실감했다. 그 어떤 등판도 마다하지 않았던 야마모토가 결정적이었다.

그동안 선발 대신 불펜 인기가 높았던 이유 중 하나는 '몸값'이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 가장 주가가 높았던 선발 딜런 시즈가, 토론토와 연평균 3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7년 2억1000만). 선발 투수가 비싼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준척급 선발 투수의 다음 발걸음이 멈췄다.

일각에서는 느려진 FA 시장을 두고 "내년 시즌 이후 노사 협약(CBA)을 앞두고 구단, 선수의 기싸움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몇몇 단장들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난 노사 협약 과정에서 직장폐쇄까지 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보다 더 강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이 느려도, 시간은 흘러간다. 메이저리그의 봄은 2월부터 기지개를 켠다. 2월 중순이면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 집결한다. 내년에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출전 의지를 불태우는 제6회 WBC 대회도 열린다.

에필로그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인기가 지금보다 높아지려면 한국 선수들이 잘해줘야 한다. 그래야 관심도가 올라간다. 그 부분을 발판삼아 메이저리그만의 매력이 전달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

내년 시즌이 그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