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열심히 교육했는데" 염경엽의 허탈함…'학습능력 제로' 반복되는 음주운전, 더 강한 징계 필요하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진짜 교육을 열심히 했는데…"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상영을 언급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LG는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 지명권을 이상영에게 행사했다. 부산고 시절 '에이스'로 불린 이상영은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데뷔 첫 시즌에는 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6.88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이듬해에는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등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던 이상영이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2021시즌이었다.
당시 21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한 뒤 상무에 입대했고, 2022시즌 22경기에서 10승 3패 평균자책점 3.31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기며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이상영은 복귀 첫 시즌에는 가장 큰 장점인 구속이 나오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올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 교정을 통해 구속도 끌어올리고 들쭉날쭉한 제구도 잡으면서 다시 한번 기대감을 키웠다.
이상영은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임찬규와 최원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기회를 받는 등 8경기에 등판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나가던 중 지난달 14일 '대형사고'를 쳤다.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추돌사고를 냈고, 신분증을 확인시켜준 뒤 "추후에 사고 처리를 해주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이때 피해 차주가 이상영의 음주운전을 의심,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
피해 차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상영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이천시 도봉졸음쉼터에서 이상영을 만나 음주 측정을 실시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됐다. 특히 같은 차량에는 2021년 2차 4라운드 전체 37순위의 이믿음도 동승 중이었지만, 이상영의 음주운전을 막진 않았던 모양. 이상영은 사고를 낸 후에도 30km 이상 차량을 몰았다.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이후 이상영은 음주운전 적발 및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구단에 털어놨고, LG는 곧장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KBO 규약에 따르면 '면허취소'에 해당된 이상영은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통해 1년 실격 처분을 받을 예정. LG 또한 KBO의 징계가 부과된 후 이상영의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중징계'가 불가능한 만큼 이상영을 품고 가느냐, 이번 음주운전 사고를 계기로 연을 끊느냐가 정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음주운전'이라고 했을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강정호는 음주운전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단절되자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다가 무산됐고, 최근 사례로는 배영빈과 박유연이 음주운전으로 각각 '방출'의 철퇴를 맞았다. 게다가 이상영과 가까운 사례로는 올해 7월말 최승준 코치가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서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후 LG가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BO 리그에는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질 않고 발생하고 있다. 숙취 운전도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음주운전과 관련해 엄청난 징계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 걸리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바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학습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염경엽 감독도 이 부분에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정말 교육을 그렇게 시켰음에도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는 안타깝고, 팬분들꼐는 엄청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진짜 교육을 열심히 했는데…"라며 "아웃이다. 우리 구단 원칙이 이러니,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교육을 시켰음에도…"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아무리 구단에서 교육을 하고, 경고를 하더라도 선수 개개인이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음주운전을 막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일로 인해 LG는 지금껏 기대를 모았던 1라운드 유망주를 잃기 직전이다. 2025시즌 염경엽 감독의 마운드 구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령탑은 "구단이나 내게 미래의 핵심 전력으로 속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안타깝다"면서도 "내 입장에선 아무리 필요해도 구단 원칙이 우선이다. 사장님과 단장님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음주운전은 개인의 인생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깊게 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욱 강력한 징계가 마련될 필요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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