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델명 표기법을 도입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아우디가 새로운 모델명 표기법을 수정하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에 발표한 전략을 포기하고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아우디는 새로운 모델명 표기법을 발표했다. 이는 같은 시기 오토뷰에서도 다루었던 내용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A4는 사라지며 내연기관인 A6는 홀수열로 편입된다. 남겨진 A6라는 이름은 EV로 재탄생할 중형 세단에게 부여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니까 핵심 골자는 이렇다. 짝수열은 EV 모델을, 홀수열은 ICE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표기법에 따르면 EV를 의미하는 e-tron은 사라지고, 대신 2,4,6,8이라는 숫자로 전동화 모델을 표기하는가 하면, 1,3,5,7 그리고 9로 내연기관 모델을 표기할 예정이었다.
이 구분법은 나름대로 명쾌한 방식처럼 보였다. 물론 마름모꼴 배지를 모델명 앞에 붙임으로써 이 차가 아우디 S Line인지 구분하게 한다는 점 때문에 혼란을 키우긴 했지만, 그래도 아우디 내부에서는 이 결정이 훗날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당시 아우디 판매 및 마케팅 책임자는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으로 고객과 글로벌 딜러 네트워크의 선호도를 반영했습니다. 새로운 명명 방식은 라인업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표기법을 두고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보냈다. 심지어 딜러들조차 새로운 명명 체계가 복잡하고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단순히 정렬 규칙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모델을 없애고 대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른 숫자열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들여 홍보한 e-tron이라는 이름을 그렇게 간단히 없앤다는 건 매몰비용만 생각해 보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전동화 모델과 내연기관 모델을 구분하길 원하고 있으며, 특히 e-tron의 경우 콰트로만큼이나 아우디를 대변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짝수열 숫자로 이를 대신한다는 건 너무 아까운 일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결국 아우디는 원래의 표기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머지않아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중형 세단, A6는 개정 규칙에 따라 A7이 되어야 했지만 원래의 이름인 A6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물론 A6에는 새롭게 EV 라인이 추가되는데, 이전 방식대로 e-tron을 붙여 A6 e-tron이라 부르기로 했다.
A5도 마찬가지다. 기존 개정 규칙에 따르면 A4가 사라지고 A5가 그 이름을 대신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쿠페와 컨버터블 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A5가 A4로 바뀐다 한 들, 고객들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물론 약간 더 큰 사이즈에 조금 더 고급스러운 소재들로 채워지긴 하겠지만 그래봐야 처음 마주하는 고객들에게는 좀 더 나아진 A4에 불과하며 그들은 A4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A4의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위협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우디가 새로운 표기법을 도입하려 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간략하게 정리함과 동시에 내연기관과 전기차 라인업을 확실히 구분해 양쪽 모두에서 판매 증진을 꾀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 들어 브랜드를 주목할 만한 뉴스가 없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변경이 세상의 시선을 다시금 아우디에게로 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언제나 진통을 동반한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소비자들의 혼란과 같은 진통은 되도록 겪지 않는 편이 낫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그 점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래서 쉽게 모델명을 바꾸지 않는다. 물론 아우디가 반드시 그들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같은 시장에 있는 경쟁사들이 왜 보수적인 선택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오토뷰 | 뉴스팀 (news@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