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우리가 ALT-B4 하나에 의존한다고 말하지만, 파트너사의 블록버스터 하나하나가 우리의 파이프라인입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웨스틴샌프란시스코호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2026)가 한창인 가운데 전태연 알테오젠 신임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간 업계에서 제기돼온 '단일 파이프라인 리스크'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날 그는 단상에 올라가 전 세계에서 모인 투자자들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30분간 회사 파이프라인과 전략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 대표는 취임한 지 약 보름 만에 글로벌 무대에 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창업주 박순재 명예회장의 대표직을 넘겨받았다. 앞서 인디애나대 로스쿨 법무박사와 위스콘신대 생화학박사 박사후과장을 거쳐 인디애나대 의과대학 연구교수, 다래전략사업화센터 미국특허변호사 등의 경력을 쌓았다. 알테오젠에서는 대표가 되기 전까지 사업개발총괄(CAO)를 맡았다.
이날 화두가 된 ALT-B4는 알테오젠이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플랫폼 기술이다.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에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리던 투여시간을 수 분 내로 단축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과 의료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라이프사이클 관리 전략으로 SC 전환에 주목하면서 ALT-B4는 알테오젠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ALT-B4, 확장자산으로 재정의

시장에서는 전태연 체제에서 알테오젠이 단기적인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보다 기존 플랫폼의 반복 가능성과 안전성을 우선시하겠다는 경영기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ALT-B4를 '의존자산'이 아니라 '확장자산'으로 재정의했다. 기술 자체는 하나일 수 있지만 적용 대상이 늘어날수록 회사의 실질적 파이프라인은 복수로 확장된다는 논리다. 이날 전 대표는 이 같은 구조가 플랫폼 사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전 대표의 발언이 알테오젠의 사업구조를 둘러싼 시장의 시각을 정면으로 뒤집는 메시지라는 해석이라고 보고 있다. ALT-B4 하나에 실적과 가치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개별 기술의 개수가 아니라 기술이 연결되는 상업화 자산의 폭이 핵심이라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신약 파이프라인 수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전통적 기준 대신 글로벌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제품군에 결합되는 플랫폼 기술의 특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ALT-B4를 단일 후보물질이 아닌 수익원이 분산된 구조적 자산으로 규정하는 시도로 읽힌다. 알테오젠이 직접 임상 성공과 상업화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신약개발사와 달리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기술을 얹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리스크의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파트너사의 포트폴리오가 확대될수록 알테오젠의 현금흐름 기반도 함께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ALT-B4는 이미 연구를 마쳤고 임상과 상업화는 글로벌 빅파마가 담당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실패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사업을 유지·확대하면서 공급망 관리와 일부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도 병행할 것"이라며 "초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와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은 현재 인도에서 임상2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파이프라인에 변동성 우려

그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업계에서 ALT-B4에 대한 알테오젠의높은 의존도가 꾸준히 리스크로 언급돼왔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알테오젠의 실적은 ALT-B4 기반 기술이전(LO) 계약과 단계별 마일스톤 수령에 크게 좌우돼왔다. 단일 기술에 대한 매출 집중도가 높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거론된 점도 이 때문이다. 기술 경쟁력과 별개로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특히 ALT-B4가 알테오젠의 유일한 상업화 단계 플랫폼이라는 점은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추가적인 독자 파이프라인이나 후속 플랫폼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파트너사의 개발 일정이나 전략 변화가 곧바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는 신약개발 실패 리스크와는 다른 차원의 구조적 리스크로 분류됐다.
실제 수치에서도 ALT-B4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뚜렷이 드러난다. 알테오젠의 3분기 누적 매출 중 ALT-B4의 기술용역 수익 비중은 2021년 2.7%에서 2022년 3.5%로 소폭 올랐다가 2023년 86.3%까지 급격히 확대됐다. 2024년에도 해당 비중은 81.1%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1196억3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했다. 계약 체결 시점과 마일스톤 인식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여기에 경쟁기술과의 특허분쟁 가능성도 불확실성을 키운 요소로 꼽힌다. 할로자임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들이 유사한 SC 전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특허 유효성과 권리 범위에 대한 시장의 의문은 ALT-B4 의존도 논란과 맞물려 증폭돼왔다. 기술 자체보다 법적분쟁 리스크가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 안정성 전면에 세운 신임 대표

시장은 전 대표가 ALT-B4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직접 관리할 것인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 특허변호사 출신인 전 대표가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특허 범위와 권리 해석을 둘러싼 논쟁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ALT-B4가 장기수익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우수성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경영기조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전 대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특허 수명"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특허청의 업무가 지연되면서 약 1200일의 특허기간이 추가됐고, ALT-B4의 특허만료일은 2043년 1월3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경쟁사 간 법적분쟁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실 것"이라며 "ALT-B4는 할로자임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rHuPH20)과 기능은 같지만 특허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분자"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설명은 ALT-B4를 둘러싼 법적 이슈가 사업 확장의 제약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선별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알테오젠은 신규 파트너와의 협의 과정에서 기술검증 못지않게 특허 구조와 권리 범위에 대한 설명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기술의 반복 적용이 가능한 사업모델(BM)인 만큼 법적 리스크 관리 역량이 곧 파트너십 확장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독립리서치 아리스 관계자는 "알테오젠은 현장 파트너링을 통해 항체약물접합체(ADC) SC 제형 및 다중항체 플랫폼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대한 LO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를 방어하려는 빅파마들에 알테오젠의 기술은 필수적인 전략요소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행사 참여는 알테오젠이 단순 바이오텍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 표준 기업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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