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치하한 한화생명 '디딤돌 저축보험'…예고된 흥행 실패?

한화생명 사옥 외경.(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주문에 따라 상생금융 상품을 출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생금융 활성화라는 취지에 무색하게 성과는 저조해 내달부터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활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21일 '디딤돌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은행권이 '청년도약계좌'를 선보인 후 보험업계에서는 최초로 상생금융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상생금융 상품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연 5% 확정금리를 앞세운 만큼 가입이 몰릴 것이라는 시각과 보험 판매 주체인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판매 수수료가 사실상 없어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한화생명이 저축보험 판매를 시작한 후 일주일 간 대면 채널을 통해 들어온 보험료는 1946만원으로, 2000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2021년 삼성생명이 출시한 행복종신보험의 첫날 보험료가 18억원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저축보험 특성상 보험료 단위가 클 수밖에 없는데, 흥행에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생금융 상품이 수익성을 바라보고 출시한 상품이 아니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므로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어 한화생명이 상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할 유인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예상대로였다.

상품 출시 행사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해 "한화생명의 상생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과는 다르게, 정작 가입 접근성은 좋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디딤돌 저축보험은 현재 대면 채널을 통해서만 판매되고 있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2030 세대의 수요와는 다소 동떨어진 판매 방식이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화생명과는 달리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KB생명(現 KB라이프생명)이 판매했던 'KB착한저축보험'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가 몰린 바 있다. 이 상품은 온라인 가입이 가능하고,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는 '카드납'이 가능해 가입자 편의가 갖춰져 있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상품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한화생명이 출시한 저축보험이 실리는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상생금융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품을 직접적으로 출시한 건 한화생명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또 판매가 활성화 돼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늘어나면 보험 가입률이 높지 않은 2030 잠재 고객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후 고객 DB를 통한 업셀링(Upselling·상품 추가 권유)도 가능한 셈이다.

한화생명은 상품 출시 첫 주 보험료만으로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내달부터는 다이렉트 가입 채널인 '온슈어'를 통해 가입을 받아 신규 유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상생금융 상품인 특성을 감안해 과도한 마케팅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단기간에 많이 팔아서 실적을 올려야 하는 상품이 아닌 데다, 9월 상품 개정을 앞두고 있어 (대면 채널에서도)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온라인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가장 유입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