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추억 돋는 로얄·르망·레간자… '내연기관車' 60년 가치 보듬어야
60년 역사 잠든 한국지엠 부평2공장 - '인천 자동차산업의 기록' 보존 목소리
생산차종 감소 2022년 가동중단
공장 한켠 역대 엔진 15대 진열
"전시공간 미흡·공개기회 없어"
전기·수소차 등 車산업 변곡점
노조, 과거사 알리는 사업 추진
"아카이브, 지역사회에도 의미"
1962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완성차 생산 공장으로 가동을 시작한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을 산업 역사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평2공장은 생산 차종이 감소하면서 지난 2022년 11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생산 재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평2공장 내 방치된 설비와 이곳에서 생산된 엔진 등을 산업문화유산으로 보존해 한국과 인천의 자동차산업 역사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경인일보는 최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 협조를 받아 부평2공장 현장을 취재했다. 부평2공장은 차량을 조립해 완성차로 만드는 조립공장과 엔진을 생산하는 엔진공장으로 구분돼 있는데, 조립공장은 1년 6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엔진공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에 탑재되는 엔진을 생산하는 라인 1개만 부분 가동 중이다.
부평2공장은 외관부터 오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공장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붉은 벽돌은 색이 바랬고, 군데군데 시멘트로 땜질한 흔적도 보였다. 60년 동안 수많은 자동차가 이곳에서 생산돼 온 세월을 실감케 했다.
부평2공장의 엔진공장 한쪽에는 1979년 새한자동차 시절부터 한국지엠에 이르는 동안 생산된 자동차 엔진 15대가 전시용 보관함에 진열돼 있었다. 새한자동차의 고급 중형세단 로얄 시리즈, 1980년대 '마이카' 시대를 열었던 소형차 르망, 19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라노스·누비라·레간자 등에 탑재됐던 엔진들이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보관되고 있었다.
엔진공장 관계자는 "(엔진을) 일반에 공개할 날이 올 것에 대비해 이곳에서 생산된 역대 엔진들을 보관해뒀다"며 "다만 회사 내에 전시할 공간이 마땅찮고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할 기회가 없어 빛을 못 보고 있다"고 했다.
엔진공장은 지난 4월 1천300만번째 엔진을 생산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단일공장 가운데 최대 생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에는 이곳에서만 동시에 4개 엔진이 생산됐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이 점차 줄어들면서 엔진공장의 생산 설비 역시 절반 이상이 멈춘 상태다.
한국지엠 노조는 새나라자동차가 현 위치에 공장을 세운 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천 자동차산업 역사를 기록·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면서 자동차산업이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를 생산해온 부평2공장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취지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부평공장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동차와 엔진 등의 보존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현대식 완성차 생산 공장의 시초인 부평2공장의 설비와 시기별로 제작된 엔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차량 등을 확보해 인천 자동차산업의 과거사를 알리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부평2공장 보존은 한국지엠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과거에 생산한 차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헤리티지'라는 개념을 접목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사를 조명하고 있는데, 한국지엠과 부평2공장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로 봐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부평은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한 도시로, 부평2공장을 역사적으로 보존하는 일은 지역사회에도 의미가 있다"며 "해외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헤리티지 활동은 걸음마 수준인데, 현대식 자동차 생산의 시초인 부평2공장 아카이브 사업은 국내 자동차산업 역사를 다루는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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