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은 주요국 리딩뱅크 수장들…평생 한 우물 ‘은행원 외길인생’

KB금융·미쓰비시금융·DBS금융·공상은행 수장 모두 풍부한 ‘밑바닥 경험’ 공통점
[사진=AP/뉴시스]

시중은행은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지고 있는 상업은행으로 범국민적 대출 및 예금을 받아들이는 등 국가 경제활동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다수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로 운영되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증시 상장 역시 개별 은행이 아닌 금융지주사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금융지주사의 시가총액(이하 시총)은 민생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지표 중 하나로 인식된다. 시중은행 주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인데 시중은행의 성장은 민생경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위 금융지주사 수장에게 전문성, 경험 등 다양한 자질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인수·합병의 귀재’ 韓·日 시총 1위 금융지주 회장들…한 우물만 평생 판 ‘의리맨’ 공통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시총이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다. 시가총액은 33조476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 중 9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KB금융 주가는 정부 밸류업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올해 상반기에만 80% 가량 상승했다. 현재 KB금융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지난해 11월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양종희 회장이다.

1961년 전주에서 태어난 양 회장은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처음 사회에 나선 이후 평생 KB금융에만 몸담아 온 정통 ‘KB맨’이다. 1989년 한국주택은행으로 입행한 뒤 2001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후 영업점과 재무 관련 부서에서만 20여년을 근무했다.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긴 후엔 ▲경영관리부장 ▲전략기획부장(상무) ▲경영관리담당 부사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전략기획부장을 역임할 당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덕분에 그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도 했다. 양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11월까지다.

일본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은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MUFG)으로 산하에 미쓰비시 UFJ 은행을 두고 있다. MUFG는 보유 자산 기준 세계 금융그룹 순위 10위 안에 드는 거대 금융지주회사다. 9일 일본 증시 기준 시가 총액은 17조4000억엔(원화 약 161조4841억원)에 달한다. 일본 증시 전체에서 MUFG를 뛰어넘는 시총을 보유한 기업은 도요타(원화 약 360조원)가 유일하다.

▲ 양종희 KB금융 회장(사진 왼쪽)과 카네츠구 마이크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미쓰비시 UFJ파이낸셜그룹]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수장은 ‘카네츠구 마이크(かねつぐマイク)’ 회장이다. 1956년 도쿄에서 태어난 마이크 회장은 1979년 게이오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그 해 미쓰비시 UFJ 은행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한 이래 뉴욕, 런던, 태국 등에서 근무하며 은행의 글로벌 사업 개발을 도맡았다. 은행 재직 중인 1987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취득하기도 했다. MBA 과정을 이수한 후 그는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 현지에서는 2013년 태국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큰 아유타야 은행과 미쓰비시 은행 방콕 지점과의 합병을 이뤄낸 것이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이 합병으로 지금의 MUFG 그룹의 기틀이 세워졌다는 게 동종업계의 평가다. 글로벌 역량을 인정받아 마이크는 그룹 글로벌 사업부 최고경영자(2017년)와 MFUG 그룹 CEO(2019년)를 거쳐 2020년 MUFG의 부회장에 발탁됐다. 이후 2021년 4월 MUFG 회장으로 임명돼 글로벌 금융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부 입김 강해도 철저한 능력 중심, 싱가포르·중국 1위 리딩뱅크 수장 밑바닥 경험 풍부

아시아에서 금융 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시총 1위 금융그룹은 DBS홀딩스그룹(이하 DBS그룹)이다. DBS그룹은 DBS은행을 통해 아시아 전역에 진출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도 익히 유명하다. 9일 싱가포르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DBS그룹의 시총은 955억4500만 싱가포르달러(원화 약 98조4342억원)다.

올해 3월 기준 DBS그룹의 최대주주는 싱가포르 재무부 산하의 투자 지주회사 테마섹홀딩스(28.94%)다. 테마섹홀딩스는 싱가포르 재무부가 100%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항공, 해운, 호텔 등 싱가포르의 핵심 국가 산업 대다수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DBS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피터 시(Peter Seah)’ 회장이다. 1947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피터는 싱가포르의 가톨릭 교육 기관인 세인트 조셉(SJI)을 거쳐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30년 넘게 다양한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최초 입사 기업은 미국 씨티뱅크였다. 당시 브루나이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은행영업을 담당했다.

1977년 싱가포르 지역은행 중 하나인 오버시즈 뱅크로 이직한 후 14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1991년)에 오르며 발굴의 능력을 과시했다. 2001년 아시아 최대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캐피탈랜드 CEO를 역임했고 2009년 DBS그룹 이사회에 합류, 2010년 이사회 투표를 거쳐 회장에 선출됐다. 지금은 DBS그룹 회장과 싱가포르 항공·라샐 예술대학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는 2021년 싱가포르 국경일 시상식에서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싱가포르 최고 영예 중 하나인 닐라 우타마(싱가포르 왕국 건국자) 훈장을 받았다.

▲ 피터 시 싱가포르 DBS그룹 홀딩스 회장(사진 왼쪽)과 랴오린 중국 공상은행 회장. [사진=DBS그룹 홀딩스, 공상은행]

중국에서 시총이 가장 높은 은행은 중국 공상은행(ICBC)이다. 9일 기준 시가총액 1조5880억위안(원화 약 301조원)에 달한다. 공상은행은 다른 아시아 국가 시총 1위 은행과 달리 별도의 지주회사를 두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자산 규모만 따졌을 때 세계 최대 은행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3월말 기준 총자산은 32조1000억위안(약 5400조원)이며 보유 고객 수만 약 6억6000만명에 달한다. 중국 내 증권사 자산을 모두 합쳐도 공상은행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ICBC의 지분 대다수는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ICBC 주주에는 ▲중국투자공사(46.37%) ▲중국 재무부(41.16%) ▲국가사회보장기금위원회(4.56%) 등 중국 정부기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의 지분 보유량을 모두 합산하면 전체 지분의 92.09%에 달한다. 사실상 국책은행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공상은행 수장은 ‘랴오린(廖林)’ 회장이다. 랴오린은 1966년 광시성 허푸 출생으로 아시아 내 주요 금융사 수장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편이다. 1989년 광시농업대학에서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시난교통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8년 건설은행에 입행했다. 직급 체계를 거치며 업무 경력을 쌓은 그는 2017년 본사로 발령 나기 전까지 광시·닝샤·후베이·베이징 등 전국 각지에서 지점장을 맡으며 다양한 현장 영업 역량을 키웠다. 이후 2017년 본사 발령을 받아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부행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는 공상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신용대출심사·관리,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업무 등을 총괄했다. 중국 현지에선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수익성·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신용리스크 통제를 원활하게 수행해 낸 것이 그의 최고 업적으로 꼽힌다. 그는 탁월한 영업·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2021년 은행장 자리에 오른 지 4년 만에 올해 초 공상은행 회장직에 올랐다.

한 경제전문가는 “시중은행은 국책은행에 비해 예·적금, 대출 등 국민들의 실질적인 경제활동과 직결돼있기 때문에 기업 실리와 상생금융 사이에서 저울질을 잘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총수들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수한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 등 까다로운 자질이 요구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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