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만 든 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정심교 기자 2024. 9. 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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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편집자주]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작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소중한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올해 상반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건강 기사를 갈무리해 소개합니다.

(인천공항=뉴스1) 김도우 기자 = 21일 인천국제공항 내 격리주기장에서 열린 2024 을지연습 ‘인천공항 활주로 긴급 복구훈련’에서 오물풍선이 터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4.8.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공항=뉴스1) 김도우 기자
북한이 계속 날려 보내는 오물풍선엔 분변 가루,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가 담겼다. 독극물 같은 치명적인 위해 물질이나 폭발물, 생화학 무기 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맨손으로 만져선 안 되는 '건강상의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기생충'이 발견돼서다.

통일부가 북한발 오물풍선 70여 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오물에선 기생충 중에서도 회충·편충·분선충이 검출됐다. 과연 호기심에 오물풍선 내용물을 만졌다가 이들 기생충의 유충(어린 것), 성충(다 큰 것)이나 알에 자칫 감염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회충(蛔蟲)은 암컷이 20~35㎝(너비 4~6㎜), 수컷이 14~30㎝(너비 3~4㎜)로 사람의 소장에 기생한다. 회충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가벼운 위장 증상, 영양장애부터 심하면 장폐색증까지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회충 유충이 폐에 침입하면 회충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알이 사람 몸에 들어오면 감염 후 3일경부터 열이나고 두통,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회충 성충이 사람 몸에 기생하면 복통, 식욕 부진, 설사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드물게는 장에 구멍을 내고, 항문·목구멍으로 나오기도 한다. 코·귀 안에 침입하는 경우도 있다. 회충 한 마리당 하루 20만 개 알을 깐다.

회충 실제 모습.

편충(鞭蟲)의 길이는 3~5㎝다. 편충에 감염되면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몸 안에 너무 많이 들어오면 복통, 만성 설사, 빈혈, 체중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알 상태에서 사람 몸에 침범한 편충은 처음엔 소장·맹장 쪽 점막을 파고들어 기생하다가, 자라면서 상부 대장 쪽으로 이동한다. 편충 한 마리는 2만 개의 알을 낳는다.

분선충(糞線蟲)은 약 2㎜ 길이의 실 모양인 암컷 성충이 소장 상부 점막 내에 기생한다. 분선충의 유충은 숙주(사람)의 장점막, 항문 주위 피부에 침입한다. 혈변·설사·빈혈·소화불량·발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 기생충은 회충·편충은 사람 장내에 주로 서식한다. 회충·편충은 토양 매개의 기생충으로, 음식물을 통해 사람 몸속에 침투해 성체(어른)가 된다. 이들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이 배변 후 손을 씻지 않으면 손 접촉 부위를 통해 타인에게 잘 감염된다. 오물풍선에서 발견된 토양 속 기생충에선 사람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토양에 뿌리는 비료를 화학비료가 아닌, 사람의 대변(인분)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생충이 토양에 서식했거나, 사람의 장내 서식하던 기생충이 대변에서 발견됐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만약 사람 장내에서 서식하던 기생충이었다면 북한 내 물 공급 시설이 열악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손을 씻지 못해 음식물 등을 통한 타인 전파 감염성도 예상된다.

회충·편충·분선충은 기생충 중에서도 생김새가 실(線)처럼 길고 가느다란 선충류에 해당한다. 이런 선충류에 감염되면 약국에서 파는 흔한 구충제인 '알벤다졸' 성분(일반의약품)을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알벤다졸이 선충류의 먹이인 포도당의 공급을 차단해 선충류를 굶겨 죽이는 원리다. 분선충은 겐티아나퍼플·디티아자닌·사이아벤다졸 등 성분의 구충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 인근에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 잔해가 널부러져 있다. 2024.9.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기생충은 사람(숙주)의 몸속에서 잘 들키지 않으려 '조용히' 산다. 사람이 하루에 먹은 음식에서 불과 밥알 2~3톨 정도의 영양소만 뺏어 먹기 때문이다. 이런 기생충은 사람의 몸에서 자신이 살 '집'과 먹이를 얻고, 알까지 낳으며 종족을 번식시킨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펼쳐 온 기생충 박멸 사업 덕에 기생충 감염률이 84.3%(71년)에서 2.6%(2012년)로 떨어졌다.

건강검진 시 대변 검사 항목에 충란(기생충 알) 검사가 포함돼 있으면 기생충 감염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기생충이 사람 몸속에서 알을 낳은 후, 이를 번식시키기 위해 대변과 함께 알을 세상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단, 건강검진 시 모든 채변 검사에 충란 검사가 포함된 건 아니다. 포함 여부는 해당 건강검진 기관에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다. 충란 검사는 가까운 병·의원에서 따로 받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의사의 판단으로 환자의 증상이 기생충 감염증으로 의심되면 혈액·대변·소변·담 또는 다른 감염 조직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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