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번개맨 같다”…폭우 속 휠체어 보자 뛰쳐나간 버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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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9시40분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교보문고 사거리.
휠체어를 탄 한 여성이 우산도 보호자도 없이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왕복 10차선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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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9시40분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교보문고 사거리. 휠체어를 탄 한 여성이 우산도 보호자도 없이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왕복 10차선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신호등의 파란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했지만 여성은 아직 횡단보도를 반도 건너지 못한 상황이었다. 여성과 같은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도 없던 터였다.
마침 신호를 기다리며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서울 간선버스 470번 버스 기사는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석 문을 열더니 순식간에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기사는 휠체어를 밀고 내달려 인도까지 안착시키고는 빠른 속도로 뛰어서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운전석을 뛰쳐나갈 때부터 복귀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51초. 돌아온 그의 셔츠는 홀딱 젖어있었다.
당시 이 버스에 타고 있던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일화를 공유했다. 그는 “정차 중이던 버스의 기사님이 튀어나가 휠체어를 안전지대까지 밀어드리더니 흠뻑 젖은 채 차로 복귀했다”며 “번개맨 같았다”고 썼다. 14일 작성된 이 글은 26일 오전까지 조회수 49만2000여회를 기록했고 6500여회 공유됐다.
김 평론가의 글로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번개맨’을 칭찬하는 글을 줄지어 올렸다. 470번 버스를 운영하는 다모아자동차 누리집 ‘칭찬릴레이’란에는 ‘470번1371호 기사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팍팍한 세상 속에 기사님 같은 분이 계셔서 따뜻해진다’는 제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번개맨의 정체는 10년 경력의 버스 기사 이중호(57)씨.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파란불이 9~10초 남았는데 아직 (횡단보도를) 반도 못 건넌 상황이었다”며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거센 비가 내렸고, (이 여성이) 휠체어를 타고 있어 마주 오는 운전사가 자칫 보지 못할 것 같아 100% 위험하다고 판단해 운전석을 박차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씨는 횡단보도 끝까지 휠체어를 밀어주고는 후다닥 뛰어 버스로 복귀했는데 이미 신호등은 빨간 불로 바뀐 뒤여서 자칫 자신도 위험할 수 있었다.
그는 “나는 서서 손을 들고뛰니까 운전자 눈에 보이지만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으면 그러기 힘들지 않냐”며 “차 안에 예비 우산이 있는데 그걸 드릴 걸 ‘아차’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번개맨’이라는 칭찬에 대해서는 “쑥스럽다”며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이어서 우리 회사 소속 기사라면 누구라도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평소에도 자주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는 ‘번개맨’이 된다고 한다. 그는 “걸음이 느린 어르신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실 때 잠깐 내려 함께 손을 들고 건너곤 한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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