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값, 어쩌다 두 개가 됐나…배달앱 갈등 점입가경 [유통팔달]

류선우 기자 2024. 10.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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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가장 시끄러운 업계, 배달앱 시장입니다. 

식당들이 배달 수수료 때문에 못 살겠다며 배달의민족을 신고하는가 하면,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이 더 비싼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한테도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업계 맞수인 배민과 쿠팡이 서로 비방전까지 펴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소방수로 투입된 배민의 새 대표, 공교롭게도 쿠팡의 김범석 수장과 동명이인입니다. 

류선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배달앱 논란이 불붙은 게 이중가격제, 그러니까 같은 메뉴라도 배달로 시키면 더 비싼 문제 때문이죠? 

[기자] 

사실 이 '이중 가격'은 이전에도 일부 외식업체들이 적용해 왔습니다. 

다만 소비자 비판을 의식해 티 안 나게 조용히 해왔다면, 최근엔 배달앱 수수료 부담에 어쩔 수 없이 이중 가격을 적용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로도 이중 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롯데리아가 지난달 말 배달 가격을 매장보다 최대 1300원 올린다고 나서서 공지했고요, 맥도날드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도 이중가격제를 적용 중입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식당들로도 이중 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음식점 10곳 중 6곳은 이중 가격을 적용 중이란 통계도 있습니다. 

[앵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배달비 부담이 커졌단 거죠? 

[기자] 

롯데리아의 경우 이중 가격제를 도입한 이유로 "배달 수수료와 중개료, 배달비 등 비용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무료 배달 서비스로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라고 했습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전반적으로 이 같은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정현식 /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 너무 높은 배달앱 비용 때문에 큰 부담이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매출을 올리는 게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배달 수수료가 너무 높아져서 팔면 팔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배달앱이 무료 배달을 내세우면서 비용 부담은 점주에게 전가한다며 점주가 비싼 수수료를 부담하다 보니 이중 가격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건 배민이나 쿠팡이츠나, 같은 비판을 받고 있는 처지인데, 그런데 이들끼리도 내분이 터졌죠? 

[기자] 

비난의 화살이 배달업계로 쏠리자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쿠팡이츠가 서로 '네 탓' 공방을 시작한 건데요. 

최근 쿠팡이츠가 "'이중 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 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마치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이 제시한 자료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A사가 쿠팡과 달리 배달비를 업주에 부담시키고 중개 수수료를 올렸다고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요금제를 변경하고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올린 배민을 저격한 겁니다. 

이에 배민도 즉각 반발에 나섰습니다. 

배민은 "배민 자체 배달과 가게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쿠팡처럼 자체 배달에 해당하는 배민배달의 경우 경쟁사와 같이 비용을 플랫폼이 부담하고 있고, 업주 부담 중개료도 동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가게배달만 운영하던 점주들이 배민 구독제 서비스의 무료 배달 주문을 받으면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늘어나는데, 배민은 건당 2천 원의 배달비를 지원하며 이때 중개료는 6.8%를 적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민은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까지 언급한 상황입니다. 

[앵커] 

갑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경쟁사를 걸고넘어졌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요. 

핵심은 배민이 최근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점주들에게 다른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동일하게 설정하도록 이른바 '최혜 대우'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공정위는 이런 최혜 대우가 배달앱 간 경쟁을 막고 수수료 상승을 초래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예컨대 특정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리면 입점업체는 그에 맞춰 해당 플랫폼에서 파는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최혜 대우 조항은 이런 가격 조정 기능을 무력화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업체는 수수료가 올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 가격을 유지하거나 모든 앱에서 가격을 올리게 됩니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소비자 또는 입점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배민은 방어 차원의 대응책이었다고 변명하고 나섰습니다. 

최혜 대우 요구를 한 것은 맞지만 쿠팡이 먼저 시작해 본인들도 따라 했다는 겁니다. 

배민 측은 "경쟁사의 최혜 대우 요구로 인해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이용료를 적용하면서도 메뉴 가격 인하 등 혜택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쿠팡은 2년 전, 일찌감치 수수료를 9.8%로 올린 반면 배민은 이번에 수수료를 인상하기 전까지 6.8%로 업계 최저 수수료를 유지해 왔습니다. 

[앵커] 

결국 이게 보면, 둘 다 잘한 건 없어 보이는데요, 네 탓 공방하는 사이 결국 소비자나 점주 이익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와요? 

[기자] 

엔데믹 이후 더 치열해진 배달앱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특히 올해 배민과 쿠팡이츠는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쿠팡이츠가 지난 3월부터 유료 멤버십 회원은 무료 배달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 배민도 곧바로 무료 배달을 도입했고요. 

쿠팡이츠가 틈새시장인 새벽 배달 서비스도 늘리자 배민도 새벽 서비스 시간을 확대하는 등 1위가 2위를 뒤쫓아가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해 왔습니다. 

이런 출혈경쟁이 결국엔 수수료 인상 등 소비자와 점주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들어보시죠. 

[채상미 /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 이 둘의 싸움이 보기에는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이 이제 누가 살아남느냐 하는 극한의 경쟁이기 때문에 향후에 이런 피해를 소비자나 가맹점주가 그대로 이제 떠안지 않도록 해야 될 것 같아요.] 

업계 1,2위 간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작 수수료 해결책을 찾기 위해 꾸려진 상생협의체는 석 달째 공회전만 거듭하며 논의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난리 통 속에 소방수로 투입되는 걸까요, 배민 새 대표가 오죠? 

[기자]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7월에 이국환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뒤 외국인인 임시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는데요, 최근 김범석 신임 대표를 내정했습니다. 

경쟁자인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이름이 같아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김 내정자는 튀르키예의 배달 플랫폼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를 지낸 글로벌 플랫폼 전문가로 전해집니다. 

앞서 짚어본 배민을 둘러싼 각종 이슈를 해결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될 거로 보입니다. 

[앵커] 

국회 국정감사가 곧 열리는데, 김범석 새 대표가 나오게 되는 건지도 궁금하네요? 

[기자] 

일단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 대표가 나란히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인데요, 김 내정자는 대표로 확정되기까지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 국감에 나오긴 어렵습니다. 

국감에는 현재 임시 대표인 피터 얀 반데피트 대표가 출석할 걸로 보이는데요, 수수료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입니다. 

[앵커] 

류선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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