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긴 전문간호사의 골수 채취…의사들 "위험", 법원 판결은

정심교 기자 2024. 12. 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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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혈액·종양성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 중 하나가 골수 채취(골막천자 또는 골수천자)다. 환자를 마취한 후 바늘로 피부와 뼈 겉면(골막)을 뚫어, 골수를 빨아들이는 행위다. 자칫 잘못하면 주변 혈관·신경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어 고도의 침습적 의료행위로 꼽힌다. 그런데 골수 채취를 시행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하자 의사집단이 크게 반발했고, 전문간호사들이 맞받아쳤다. 대체 무슨 일일까.

앞서 12일 대법원은 '간호사의 골수 채취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서울 소재 A병원이 2018년 4~11월 전문간호사들에게 골수 채취를 시행하게 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원심 재판부는 20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결정을 파기하고 간호사의 인체 침습적 의료행위를 사실상 '무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2018년 4~11일 병원·의사가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채취를 시행하게 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의료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간호사는 한마디로 '가방끈이 가장 긴 간호사'다. 대학원에서 2년 이상 교육받고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10년 이내에 해당 분야에서 3년 이상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야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을 신청할 수 있다.

대법원 재판부가 1·2심 판결을 뒤집고 "의사는 의료행위의 과정에 수반되는 진료의 보조행위를 간호사에게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다"고 판시하자 의사들이 즉각 발끈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골막천자(골수 채취)는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바늘을 이용해 골막 뼈의 겉면(골막)을 뚫고 골수를 흡인하거나 조직을 생검하는 등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침습적 의료행위"라며 "마땅히 의사만 수행해야 안전이 보장된다"고 비판했다.

골수 검사 방법. /그림=서울아산병원

앞서 10월 해당 사건의 변론기일에서 대법원은 "골수 채취는 인체 내 동일하게 퍼져있는 골수라는 대상의 범용성, 주사 부위가 갖는 안정성 때문에 단순 반복이 가능한 독특한 영역"이라며 "매뉴얼과 프로토콜에 따라 시행할 수 있고, 숙달되면 (전문간호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에 의협은 "단순히 숙달된다고 면허 범위 외(外) 의료행위를 해도 된다면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이어도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셈"이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전문간호사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13일 입장문에서 "대법원의 전문간호사 골수검사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는 간호의 전문성, 환자 중심 의료를 반영한 현명한 판결"이라며 "의료 현장과 의료법의 간극을 좁혔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환영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의사-간호사 간 업무 경계가 일부 허물어졌다는 설명이다.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장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료진의 손기술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초음파·비디오 장비를 이용하면 혈관 내 카테터 삽입, 기도삽관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며 "의료 현장에선 과거 의사만 할 수 있던 것으로 인식됐던 일부 업무가 자연스럽게 간호사에게 위임돼왔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의사들 사이에서도 골수 채취가 의사만의 의료 행위인지,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진료 보조행위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지난 10월 대법원이 해당 사건을 두고 전문가 견해를 모으는 '공개 변론'을 진행할 당시, 변론에 참석한 현직 의대 교수가 "전공의들이 돌아가면서 골수검사를 하다 보니 검체 질이 떨어졌는데, 전문간호사에게 맡겼더니 검체 불량 비율이 줄었다", "그간 골수검사 중 발생한 사망 사고는 다 전공의가 골수검사를 하다가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두고 의협 '젊은 의사 정책자문단'은 "술기에 대한 단순 숙련도만으로는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전공의에게 제대로 술기를 교육해야 할 교수가 본인 편의를 위해 전공의 수련 의무를 방임하고 간호사에게 업무를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한편, 내년 6월21일 간호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전문간호사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간호법 시행령·시행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월27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따르면 전문간호사의 업무에 '골수천자'와 '복수천자'가 포함됐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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