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서 만난 고래·고양이 '행복한 유영'… 영재 작가 '우리 다시 만났어 두 번째 이야기'

내 여 있니더 #2401, 2024. 사진=헤드비갤러리. 사진=헤드비갤러리

소중한 사람과 함께 행복했던 때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작품으로 기억하며 추억할 수는 있지 않을까.

성남 헤드비갤러리는 다음 달 17일까지 영재 작가 개인전 ‘우리 다시 만났어 두 번째 이야기(WE met again ep.2)’를 개최한다.

영재 작가의 작품은 모든 시간이 수평적이고 동시적인 공간이라는 ‘들뢰즈’의 차원론에 바탕에 두고 그리운 대상과 조우하고 동행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과거의 대상을 현재로 불러오고 현재를 미래로 연결하며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 개념을 동시간의 화면에 담아 교감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너와 함께’ 연작 등을 통해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는 자신에게 깊은 존재였던 친할머니에 대한 ‘연민’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고래와 고양이를 화폭에 함께 그린 것이 특징이다. 고래는 평생 바닷가에서 살았던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개체이자, 보고싶은 연민의 대상이고, 할머니를 잘따라 집앞에 찾아오던 고양이는 작가가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다. 이 중에서도 고양이는 그가 과거에 만났던 존재이며 작품 속에서는 현재가 되고, 미래를 보여 주는 화자가 되기도 한다. 시간을 넘어온 고양이는 웅크리거나 뒤돌아 있으며, 어딘가를 응시하기도 한다. 고양이의 시선이 닿는 정적인 검은 공간은 심연의 바다 안에서 고래가 유영하는 동적인 모습으로 살아난다.

그들이 동행하는 공간은 바다, 호수, 숲, 도시, 흑(黑)의 공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등 여러 우주가 맞닿는 공간이다. 작가는 연민으로 재회한 고래와 고양이의 조우, 다양한 장소, 경험을 조합해 그들이 못다한 인연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어릴 적 손주의 배를 어루만져 주던 할머니의 까칠한 손길과 무엇이든 다 용서된다는 할머니의 눈빛, 마치 거대한 수호신과 같은 존재인 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또 작품 주재료로는 흑연과 먹, 한지를 사용해 모노톤의 미학을 추구했는데, 작가가 그려내는 담담한 숲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각 재료들은 암석과 나무를 가공해 만든 것으로, 작가의 작품 안에서 암석과 나무는 다시 숲으로 회귀한다. 돌로 나무를 깎아내듯 한지의 결을 흑연으로 한올 한올 긁어 표면을 일어나게 하는 작업을 통해 흑백의 공간을 따뜻한 니트의 실처럼 보슬보슬한 느낌으로 되살려 어둠을 희망으로 변화시킨다.

헤드비갤러리 관계자는 "작품은 개인적인 심상을 담고 있지만, 동화적인 상상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공존한다. 심연의 바다처럼 깊은 어둠의 여백을 희망의 공간으로 표현하는 영재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헤드비갤러리는 오는 31일 경기도 문화의 날을 맞아 ‘한 여름밤의 꿈’ 행사를 진행한다. 갤러리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방문객들에게 다과를 제공한다. 자세한 사항은 헤드비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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