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유공룡' 쉐브론, 경쟁사 헤스 71조원에 인수…가이아나 유전 확보
미국 석유공룡 쉐브론이 헤스 원유 탐사 및 생산업체 헤스를 530억달러(약 71조3000억원)에 인수한다. 앞서 경쟁사인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시추업체를 인수한다고 밝힌지 약 2주 만이다.
23일(현지시간) 쉐브론은 헤스를 530억달러 규모의 전량 주식 거래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쉐브론은 헤스 주식 1주당 1.025주, 주당 171달러를 제안했다. 이는 발표 직전 종가 기준 약 4.9%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며 20일 평균 주가에 비해서는 10.3%의 프리미엄이 더해진 것이다. 부채까지 포함한 헤스의 기업가치는 총 600억달러다.
쉐브론은 내년 상반기에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존 헤스 헤스 최고경영자(CEO)는 쉐브론 이사회에 합류한다.
마이크 워스 쉐브론 CEO는 이날 “미국 에너지 부문이 일자리와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중요한 시점에 두 개의 위대한 미국 기업이 뭉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쉐브론이 진행하는 세 번째 거래다. 앞서 쉐브론은 지난 2020년에 경쟁사인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으며 지난 5월에는 셰일생산업체 PDC 에너지를 63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쉐브론은 PDC, 노블과 헤스까지 인수하며 총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이 하루 약 370만배럴로 증가하게 됐다. 셰일오일 하루 생산량은 약 40% 증가한 130만배럴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쉐브론은 이번 인수로 엑손모빌이 주도하는 가이아나 유전과 멕시코만 등 북미 셰일오일 유전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헤스는 총 1100만배럴로 추정되는 가이아나 유전의 석유와 가스 지분 3분의 1을 확보하고 있다. 가이아나 유전 산유량은 2019년만 해도 제로(0)였지만 그 후 엑손, 헤스와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가 가이아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현재 일일 생산량은 40만배럴에 달한다. 이 업체들은 가이아나에서 2027년까지 일일 생산량을 12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되는 유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27년까지 가이아나 유전의 시장 가치가 18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캐피털 원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거래에서 핵심은 헤스 포트폴리오에서 단연 최고의 보석이자 세계적 수준인 가이아나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헤스는 미국 셰일 혁명 초기에 노스다코타주 바켄 유전을 비롯한 북미 지역의 유전도 확보했다.
워스 CEO는 이번 거래로 쉐브론이 “장기적인 성과를 강화하고 포트폴리오를 향상시키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며 향후 10년 동안 수익성이 좋은 시추 지점에서 재고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비용 면에서 인수 마무리 후 1년 이내에 세전 약 10억달러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인수는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600억달러(80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지 약 2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워스 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우리 산업, 특히 셰일 지대에 들어가면서 합병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RBC 캐피털은 쉐브론이 엑손의 ‘메가딜’ 이후 시간을 갖고 기다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번 인수 시기가 놀라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손이 파이어니어를 인수한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지는 이번 거래는 많은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2위 석유회사가 석유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수십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미래를 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워스 CEO는 “이번 거래가 어떤 식으로든 저탄소의 미래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오늘날, 또 앞으로도 수년 동안 석유와 가스가 중요할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주주 행동주의 단체 팔로우 디스(Follow This)의 마크 반 바알 설립자는 쉐브론의 헤스 인수가 파리 기후 협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투자자들이 석유 회사들이 산유량을 줄이도록 더 많은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날 쉐브론은 내년 1월에 1분기 배당금을 주당 8% 인상하고 자사주 매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쉐브론 주가는 3.69% 하락한 160.68달러에 마감했다. 헤스 주가는 1.02% 떨어진 161.30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