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록 없이도"…'마구잡이 채취'한 바닷모래업체들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2023. 11.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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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로 전락한 바닷모래 채취②]
정보공개청구로 16개 업체 비교·분석
입항신고-군청신고 채취량 큰 차이
허가량보다 많거나 적게 채취 해석
업체별 연간 평균 격차 14만㎥ 육박
인천 A사 '도둑채취' 정황 90여 건
옹진군 "타 지역 배 입항도 고려해야"
특정일 'A사 입항기록' 해명은 불명확
태안군에도 채취신고 안 된 사실 확인
편집자 주
'해사(海沙, 바닷모래)'는 건물의 골격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필수 골재다. 바다는 공공 소유물이기 때문에 해사 채취의 양과 범위는 법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하지만 수익 극대화를 노린 업체들은 거침이 없었다. 허가받지 않거나 권한을 타 업체에 넘긴 상태에서 무단 채취하는가 하면, 갖가지 핑계로 과도하게 퍼올리는 등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CBS노컷뉴스는 국내 해사채취 업계의 어두운 '민낯'을 연속보도를 통해 고발한다.
바닷모래를 채취한 선박 모습.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독자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인천 앞바다 모래 업체, 형사처벌도 무시하는 '배짱 채취'
②[단독]"기록 없이도"…'마구잡이 채취'한 바닷모래업체들
(계속)

건축 자재의 필수 요소인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업체들이 허가량보다 과도하게 채취하는 방식 등으로 수십 억 원을 편취한 정황이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허가 없이 해사를 퍼오는 이른바 '도둑채취'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해사 채취량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들쭉날쭉' 채취량 격차…업체별 연간 20억 수준

21일 CBS노컷뉴스는 지난 2013년~2022년 옹진군으로부터 해사채취 허가를 받아 운영한 주요 업체 16곳의 채취신고(군청) 내역을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해 화물입항신고(포트미스) 내역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각각의 연도별 채취량은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옹진군에 기록된 채취량과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PORT-MIS)에 신고된 양이 크게 다르다는 의미로, 할당받은 허가량보다 훨씬 많거나 적게 채취된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업체가 지난 9년간 지자체와 포트미스에 각각 신고한 채취량의 업체별 연간 평균 격차(± 구분 없는 절댓값 기준)는 13만 4천여㎥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의 절반가량은 포트미스 신고량이 지자체 신고량보다 많았다.

최근 해사 원가의 ㎥당 단가가 1만 5천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업체마다 연간 20여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던 셈이다.


군에 기록된 양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씩 포트미스에 신고되는가 하면, 반대로 수십 만㎥씩 더 적은 양으로 입항 신고가 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채취량 기록의 차이는 포트미스와 지자체에 각각 신고된 입·출항 횟수가 제각각 다른 데다, 태안과 옹진 내 허가량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져 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포트미스는 5톤 이상 선박이 출·입항 때 반드시 접속해 사전신고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누락이나 왜곡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양경찰이 지속적으로 단속해 오고 있다.

이 포트미스 입출항 내역에는 옹진군 허가량은 물론, 증선제도(배 고장 시 대비책)로 타사 배를 동원해 또 다른 해사 채취구역인 충남 태안에서 들어온 채취량 등도 포함돼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지자체와 포트미스에 신고된 채취량 차이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허가량은 일정한데 두 기록에 지나친 차이가 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허가량보다 입항 신고량이 더 많거나, 지자체에 신고되지 않은 입출항은 없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포트미스는 관문이 열고 닫힐 때마다 선박이 드나드는 여부와 신고사항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누락이나 왜곡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기록 대비 '초과+몰래 채취' 의혹

해사채취선. 본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 연관은 없음. 독자 제공

군에 신고된 양보다 포트미스 적재 기록이 더 많을 경우, 허가량을 초과한 채취로 그만큼 업체가 부당 이익을 챙기는 불법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또 입항 적재 기록은 있지만 군에는 신고되지 않은 내역도 있는데, 이는 실제 채취·입항을 하고도 군에 신고하지 않은 도둑 채취, 또는 '몰래 채취'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실제 인천에 있는 A업체의 2014~2017년 '일별 입출고 및 재고 현황 자료' 내부문건과 포트미스 기록 등을 대조해 보면, 지자체에 신고도 없이 모래를 퍼와 포트미스에 신고한 기록이 나온다. 이와 유사한 무단 채취 등의 기록은 해당 기간 최소 90여건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증선 과정에서 A사가 해사채취 자격을 갖추지도 않은 B사로부터 허가량을 사들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는 골재 채취를 하려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권을 양도할 수 없다는 골재채취법에 위배된다.

이와 유사한 사안들로 30년 전 인천지역 모래 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형사 입건되고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의 처벌 사례가 있었던 만큼, 사정 기관의 전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1993년 당시 인천지검(부장검사 안대희)은 선광공사, 영진공사, 한염해운, 삼한강 등 바닷모래 채취업체 경영진을 비롯한 관계자 10여 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했다. 허가량보다 100만㎥ 안팎의 해사를 초과 채취하고 수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였다.

옹진군 "태안군 허가량 고려해야…24시 모니터링"

옹진군청 청사 전경. 옹진군청 제공

옹진군 측은 태안 등지에서 온 해사 채취선의 영향으로 군에 신고된 내역과 포트미스 기록에 차이가 날 수 있고, 전자장비를 통한 감독도 문제없이 가동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정 업체의 채취 기록이 포트미스에는 있으면서 군에 신고된 채취 이력에 누락된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채취선들도 있을 수 있어 양쪽에 기록된 채취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24시간 작동하는 골재채취선 모니터링 시스템(VMS)이 있어 감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VMS에 대한 인위적 조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10여 년 전부터 적용했고, 전담 모니터링 직원이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A사가 특정 기간 해사 채취량을 포함한 입항 기록을 남기면서 군에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해당일 우리 쪽 기록에 없는 물량인 건 맞다"면서도 "태안에서 할당된 물량일 수 있으니 (기자가) 직접 확인해 보라"고 했다. 군은 지자체 기록에 누락된 이유를 모른다는 뜻이다.

태안군 측은 이와 관련해 '해당 일자에 동일한 채취량으로 태안군에 접수된 입항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옹진과 태안 어디에서도 허가받지 않은 바닷모래가 무단 채취된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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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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