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대책 부실…10대 자살률 6년째 늘어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2025. 12.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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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일본의 여성 자살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8월 한 달간 일본의 여성 자살자 수는 65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1%(186명) 증가한 수치였다.

백 교수는 "일본 정부가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고용 문제가 악화되면서 비정규직 여성 중 부양 가족이 많은 여성의 자살률이 올라갔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한 달 만에 원인 파악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만에 여성의 자살률 증가 원인을 분석했던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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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정부 통계분석
40대 사망 원인 1위도 '자살'
전수조사 통한 심층자료 확보
맞춤형 대책으로 사전 예방을
서울 마포대교에 '한 번만 더' 동상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2020년 8월 일본의 여성 자살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8월 한 달간 일본의 여성 자살자 수는 65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1%(186명) 증가한 수치였다. 화들짝 놀란 후생노동성 장관이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역임했던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의 의뢰를 받아 해당 사안을 검토했다. 백 교수는 "일본 정부가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고용 문제가 악화되면서 비정규직 여성 중 부양 가족이 많은 여성의 자살률이 올라갔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한 달 만에 원인 파악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자살 원인을 분석할 수 있도록 자살 통계와 관련 데이터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14일 보건복지부·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0대 성인의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로 집계됐다. 지난해 40대 자살률은 10만명당 36.2명으로 전체 자살률(29.1명)보다 7명가량 많았다. 재작년까지 40대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자살이었지만 자살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앞지른 것이다. 자살이 40대 사망 원인 1위로 올라선 건 1983년 관련 데이터를 작성한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해 10~40대 사망 원인 1위를 모두 자살이 차지했다.

연령별 증가 폭을 보면 30대 자살률이 14.9% 증가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40대(14.7%), 50대(12.2%) 등 순으로 컸다. 눈에 띄는 점은 10대 자살률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살률은 모든 연령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10대 자살률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아쉽게도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선 40대 자살률 증가 등에 대해 콕 집어서 명확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9월에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가들은 중년 자살이 증가한 것을 실직·정년·채무·이혼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달 만에 여성의 자살률 증가 원인을 분석했던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처럼 신속하게 심층적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는 이유로 활용할 수 있는 통계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는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조차 국가데이터처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통계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살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면 자살자 전수조사와 더불어 심층적 데이터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 교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선 통계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며 "건강보험 데이터나 사회보험 데이터 등을 결합하면 더 선명하게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러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16~2020년 6만여 건의 자살 사망 사례를 전수조사한 뒤 건강보험 데이터와 결합해 자살 원인을 심층 조사한 바 있다. 백 교수는 이러한 시도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과학적 원인 분석을 위해 '자살 코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살 코호트는 자살 위험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자살 시도자, 자살 유족을 특정 직업군, 특정 연령대 등으로 분류해 위험 요인·변화 추이를 장기간 관찰하는 연구 방식을 말한다. 정선재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최소 수십만 명의 코호트를 구축해 10년 이상 장기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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