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개썰매·보트…'아웃도어 천국' 유콘
유콘은 대자연으로 가득 차 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숫자가 그렇다. 한국의 인구밀도가 515.4명/㎢인데 유콘의 인구밀도는 단 0.1명이다. 한국보다 면적이 5배 넓은데 사람은 단 4만6,000여 명만 살고 있다.
자연이 남은 공간을 구석구석 모두 차지했다. 캐나다 최고봉인 로건(5,959m)을 비롯해 2,000~4,000m급의 예봉들이 즐비하고, 빙하와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 거대한 숲, 신나게 흐르는 강에 무스와 엘크, 회색곰과 흑곰, 대머리독수리와 돌산양까지 온통 동물들이 산다. 조금만 차를 몰고 나가거나 산 쪽으로 들어가도 전화가 뚝 끊긴다.
유콘에서 아웃도어 라이프는 일상이다. 현지인들이 자연을 즐기는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걷고, 뛰고, 타고, 띄운다. 선주민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체험해 봤다. 체험 상품을 신청하려면 선주민 개인, 혹은 소속 회사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하면 된다. 화이트호스와 도슨 시티 공항의 팸플릿, 화이트호스 시내에 위치한 유콘방문자센터Yukon Visitor Information Centre의 상주 직원 상담도 큰 도움이 된다.
트레킹
캐슬린호수&록 글레이셔
먼저 유콘에서 걷기 여행을 하려면 몇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길고 짧은 하이킹 트레일들이 무수하게 많다. 3박, 4박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도 즐비한데 개중에는 과거 선주민들이 사냥이나 물물교환을 위해 이용하다가 묵은 길, 지역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개척하고 표지판을 세운 곳도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대부분 통화불통지역이다.
그래서 국립공원이나 화이트호스 등 도시 근처에 제대로 알려진 트레일들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길도 확실하고 이정표도 분명하다. 다만 곰에 주의해야 한다. 유콘엔 그리즐리베어(회색곰)가 약 7,000마리, 흑곰은 약 1만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현지인들은 입산할 때 항상 곰 스프레이를 소지하며 음식물 냄새를 내지 않도록 유의한다. 또 국립공원에서 1박 이상 할 경우 사전 신고가 필요하다.
산책 수준으로 걸을 만한 코스로는 클루아네국립공원에 위치한 캐슬린호수 둘레길과 록 글레이셔 트레킹이 있다. 이 길을 추천한 캐나다국립공원 소속 엠버 버라드-알트하우스Amber Berard-Althouse씨는 2014년부터 클루아네국립공원에서 일한 틀링깃족 선주민이다. 그는 선주민들이 수천 년간 이어온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을 걸으면서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종종 진행한다.
먼저 캐슬린호수 둘레길은 클루아네국립공원에선 코카니Kokanee라고 부르는 트레일이다. 캐나다국립공원이 전망 좋은 곳에만 설치하는 빨간색 의자까지 0.6km의 길인데 그 너머로 호수를 따라 하염없이 걸어도 무방하다. 호수 건너 우뚝 솟은 산은 옆으로 넓적한 모양인데 그 모습이 사뭇 근엄하다. 현지인들은 이 산을 '킹스 스론King's throne(왕관)'이라고 부른다. 왕복 10km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호수 수면에서 400m 높이다.
"캐슬린호수는 연중 바람이 항상 세게 부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정말 운이 좋아야만 잔잔한 호수에 비치는 킹스 스론을 볼 수 있어요. 또 너무 멀리만 바라보지 말고 발치도 한 번 봐주세요. 도처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활용해서 선주민들은 이 혹독한 땅을 1만 년 동안 살아왔어요."
캐나다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이다. 줄기부터 이파리까지 온통 붉은색인 파이어위드fireweed는 염증과 기관지 질환에 좋고, 서양톱풀yarrow은 지혈에 좋으며, 쇠뜨기horsetail는 피부와 소화, 간에 좋고 카모마일은 불안증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앰버씨는 "가장 좋아하는 건 파란 블루베리처럼 생긴 향나무juniper 열매"라며 "디톡스와 혈액순환, 수족냉증, 카페인 및 알코올 배출을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오솔길과 데크로 이어지는 길이 끝나면 자갈로 이어지는 호숫가가 이어진다. 현지인들은 적당한 곳을 찾아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굽이를 돌면 워싱턴 피크를 정면에 두고 바다처럼 넓게 펼쳐진 캐슬린호수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다.
록 글레이셔 트레킹은 차를 타고 15분 정도 남쪽으로 이동해서 시작된다. 길이 1.5km 왕복 코스로 고도 150m 정도 오르는 가벼운 코스다. 산꾼이라면 감질맛 나지만 그래도 데자디어시호수Dezadeash Lake를 넉넉하게 바라보기엔 충분하다. 또한 겹겹이 솟은 달턴 피크의 산그리메도 명품이다.
록 글레이셔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곳을 이루고 있는 모든 암석들은 빙하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원래 더 높은 산중에 있던 바위들인데 빙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지금의 위치에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머리 위에 빙하를 짊어져 엄청난 압력을 받은 상태로 구른 탓에 표면에 물결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
개썰매&승마
피시 레이크_스카이 하이 윌더니스 랜치
스카이 하이 윌더니스 랜치Sky High Wilderness Ranch는 화이트호스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피시호수Fish Lake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크왈린 듄Kwanlin Dun 부족 선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다.
여기선 개썰매, 승마체험, 로지 숙박 등을 장기 숙박하면서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다만 숙박할 생각이라면 이곳이 '오프그리드'를 표방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불통이고 와이파이도 없으며, 전기나 가스 등의 에너지를 외부에서 제공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당일치기 체험도 가능하다. 겨울이면 진짜 개썰매를 반나절부터 여러 날까지 타볼 수 있지만, 여름에는 차를 타고 간략히 진행하는 모의훈련만 경험할 수 있다. 승마는 1~3시간 프로그램이 있다. 코스나 길이는 날씨에 따라 상이하다.
"우리는 120여 마리의 썰매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육사들은 모든 개에 이름을 붙이고 사려 깊게 돌보고 있어요. 사회화훈련도 진행하고 골고루 훈련하며 2주마다 휴식일도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죠. 1,000마일 거리의 알래스카 개썰매대회에 출전해서 완주한 개들도 많습니다. 썰매견으로서 행복하게 지내게 하려고 노력하죠."
가이드 조나단씨가 썰매견들에 대해 설명해 준다. 먼저 '지'라고 하면 오른쪽, '하'라고 하면 왼쪽으로 간다. 가장 선두에 있는 두 마리 개가 리더로서 이 구두지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른 동물들이 접근해도 이에 관심을 주지 않고 오로지 주인 말만 들어야 한다. 그래서 체력만 좋다고 해서 썰매견이 될 순 없다고 한다.
"썰매견들은 본인이 부상을 입은 상태여도 끝까지 썰매를 끌려고 해요. 그래서 썰매견 사육사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개들의 이상상태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늘 섬세하게 교감해야 하죠."
승마는 국내에서 즐기는 것과 똑같다. 다만 무대가 광활한 유콘의 대지일 뿐이다. 피시 레이크에서 말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가이드 리건씨는 "누가 보스인지 보여 줘야 한다"며 "말들이 좋아하는 풀들이 가득해서 사람 입장으로 보면 마치 사방이 사탕인 길들을 걷는 셈이라 고삐로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땐 고삐를 쥐고 마치 창문을 여는 것처럼 팔을 움직이면 된다.
보트투어
도슨 시티 '피시휠 차터'&민토 '투초네'
유콘은 골드러시 시절이나 그 전에 선주민들이 살던 때 모두 강이 교통의 핵심이었다. 선주민들은 카누를 타고 다른 부족과 만나 거래를 했고, 사냥터를 옮겨 다녔다. 골드러시 시절에는 증기선을 타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젊은 야망가들이 금광을 찾아다녔다.
그래서 지금도 보트와 관련된 투어들이 많다. 도슨 시티에선 '피시휠 차터Fishwheel Charters ', 그리고 민토minto에선 '투초네 투어Tutchone Tours'가 선주민들이 운영하는 보트투어들이다.
먼저 도슨 시티에서 운영하는 보트투어의 경우에는 자연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트론덱 휘친족 토미 테일러씨가 키를 잡는다. 그는 도슨 시티가 골드러시 시절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4만 명이 살던 도슨 시티에 3,000명밖에 남지 않게 된 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주렁주렁 꺼낸다.
또 도슨 시티에 사는 백인들에 밀려 바로 옆 무스하이드로 밀려난 선주민들의 비극적인 삶도 들을 수 있다. 1967년에 완파된 배의 잔해가 '배의 무덤'이란 이름으로 강변에 아직 남아 있는 이유, 유콘에서 단 하나 남은 독특한 자동낚시장치 '피시휠' 사용법 등도 흥미롭다.
한편 민토부터 유콘강을 따라 선주민들과 초기 골드러시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 셀커크Selkirk항구까지 운행하는 투초네 투어는 앞서 도슨 시티의 보트투어들에 비해 좀 더 야생에 가깝게 운행한다. 가파른 바위절벽을 평지처럼 뛰어다니는 돌산양부터 위엄 넘치는 대머리독수리, 매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에 운이 좋으면 유콘 강물을 마시러 오는 곰부터 무스나 엘크 등 큰 포유류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허스키 버스 투어
도슨 시티 클론다이크 익스피리언스
클론다이크 익스피리언스Klondike Experience는 허스키 버스라는 특수한 관광용 버스를 이용해 여러 관광투어를 제공한다. 그중 가장 인기 높은 게 도슨 시티 뒷산인 미드나잇 돔에 오르는 것이다.
미드나잇 돔은 1899년 하지, 150여 명의 군중이 한밤이 되어서야 지는 태양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장소다. 이후 1925년 도로가 생겨 증기선을 타고 도슨 시티에 내린 사람들이 일대를 구경하기 위한 전망대 역할을 꾸준히 수행했다.
버스는 미드나잇 돔 동쪽 사면을 지그재그로 오르는 도로를 따른다. 단 도슨 시티에서 바로 직상해 오르는 산길과 자전거 길들이 여럿 존재해 꼭 버스를 타지 않아도 미드나잇 돔을 구경할 수 있다. 현지인들은 운동 삼아 이 길들을 오른다. 약 4~6km 거리다.
잔 곳 & 먹은 곳
유콘을 제대로 즐기려면 캠핑을 하거나 전기, 인터넷이 없는 오프그리드 숙소에서 지내야 한다. 가령 클루아네 아웃도어 인스피레이션Kluane Outdoor Inspirations이 운영하는
산장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취재 일정 탓에 이런 곳을 이용하진 못했고, 식사 역시 빼곡한 일정 소화를 위해 간단히 한 경우가 많았다. 참고 차 취재 중 이용한 곳들은 다음과 같다. 모두 검증된 훌륭한 곳들이다.
잔 곳
화이트호스
엣지워터Edgewater 호텔, 베스트 웨스턴 골드러시 인Best Western Gold Rush Inn, 레이븐 인Raven Inn.
도슨 시티
도슨 로지Dawson Lodge.
헤인즈 정션
레이븐 레스트 인Raven's Rest Inn.
먹은 곳
화이트호스
벨리 오브 더 바이슨Belly of the Bison, 더 카인드The Kind 카페, 빅 베어Big Bear Eatery&Taphouse.
커크로스
카리부 크로싱Caribou Crossing 카페.
도슨 시티
본톤&컴퍼니BonTon&Co, 드렁큰 고트Drunken Goat, 리버웨스트 비스트로Riverwest Bistro.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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