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떠나 장사로, 다시 무대 위로…

김히어라라는 이름은 처음 들으면 낯설지만,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하얗고 깨끗하게 살라는 뜻을 담은 순우리말 이름으로, 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셨다고 해요. 어린 시절엔 그 독특한 이름 때문에 놀림도 받았지만, 지금은 그 이름 덕분에 배우로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감사해한다고 하죠.

사실 김히어라의 배우 인생은 시작부터 드라마 같았습니다. 연기를 열심히 하던 친구를 따라 인덕대에서 열린 연극·뮤지컬 대회에 나간 게 시작이었는데요, 뜻밖에도 1등을 하게 됩니다. 그 상금 300만 원으로 서울에 올라와 처음 연기 레슨을 받았다고 하니,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무명 시절은 길었습니다.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며 “내가 진짜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시달리기도 했는데요, 결국 생계를 위해 무대를 잠시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동대문 옷 장사였어요.

장사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다고 합니다. 유행 분석, 고객 응대, 스타일링까지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끝에 억대 매출을 올리는 장사꾼이 되었죠. 입고 있던 옷을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하면 벗어 팔 정도로 열정도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자존감과 자신감은 다시 오디션장을 향하게 하는 힘이 되었는데요, 그때부터 신기하게도 오디션이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뮤지컬 <팬레터>였다고 합니다. 계속 자신을 떨어뜨렸던 연출가에게 “내일 오디션 한번 봐라”는 말을 들었고,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 되었죠. 이후 뮤지컬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드라마 <괴물>에 출연,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대중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한편, 학교폭력 논란으로 약 2년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당사자들과 만나 서로의 기억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입장을 밝히며 조심스럽게 다시 무대 위에 섰습니다. 현재는 뮤지컬 <프리다>에서 열연 중이며, 조금씩 다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무명 배우에서 억대 매출 장사꾼, 다시 주목받는 연기자로 돌아오기까지. 김히어라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진짜 드라마입니다.

그녀가 남긴 한마디가 오래 남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현실을 마주하세요. 그 안에서 나만의 길이 분명히 보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