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절대 강자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이 127년 전통의 전영 오픈(슈퍼 1000) 2연패를 향한 첫 걸음을 완벽하게 뗐습니다. 3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대회 1회전(32강)에서 안세영은 튀르키예의 장신 선수 네슬리 한 아린(세계 34위)을 상대로 '급이 다른' 기량을 선보이며 단 27분 만에 16강행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번 승리는 안세영에게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해 10월 덴마크 오픈부터 시작된 그녀의 연승 행진은 이날 승리로 어느덧 '33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달했습니다. 부상 우려와 체력적 부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안세영은 배드민턴 성지인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며 전 세계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180cm 장신도 무력화시킨 ‘셔틀콕 여제’의 완벽한 공수 조율

상대인 네슬리 한 아린은 180cm의 우월한 신체 조건을 앞세운 유럽의 강자였으나, 안세영의 정교한 코트 컨트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안세영은 1게임 시작과 동시에 6-0으로 몰아치며 상대의 기를 꺾었습니다. 아린은 안세영의 변칙적인 서브와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단 13분 만에 21-8로 첫 게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게임에서도 안세영의 파상공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초반부터 일방적인 리드를 잡으며 11-3으로 인터벌에 돌입한 안세영은 이후 단 6점만을 내주는 철벽 수비를 선보였습니다. 장신 선수의 타점 높은 공격조차 안세영의 넓은 수비 범위 안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결국 최종 스코어 2-0(21-8, 21-6)으로 경기를 끝내며 여제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전영 오픈 2연패 향한 청신호… ‘안세영 시대’의 위엄
전영 오픈은 1899년 시작된 최고 권위의 대회로, 모든 배드민턴 선수가 꿈꾸는 '꿈의 무대'입니다. 안세영은 2023년 첫 우승 이후 지난해 왕즈이(중국)와의 혈투 끝에 타이틀을 탈환하며 이 대회 통산 2회 우승을 기록 중입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안세영은 생애 첫 전영 오픈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게 됩니다.

안세영의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입니다. 지난해 프랑스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통해 시차 적응과 실전 감각을 조율했던 전략이 올해도 적중한 모양새입니다. 특히 숙적 천위페이(중국)가 앞선 경기에서 30분 만에 승리를 거두며 무력시위를 펼친 상황에서, 안세영은 그보다 짧은 27분 만에 경기를 끝내며 '진정한 1위'가 누구인지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33연승 금자탑과 16강행 성큼… 다음 타겟은 누구인가
안세영의 33연승 기록은 현대 배드민턴에서 보기 드문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덴마크, 프랑스, 호주 오픈을 거쳐 월드투어 파이널과 아시아 단체선수권까지 휩쓴 그녀의 질주는 이제 전영 오픈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조기 탈락한 심유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어깨에 짊어진 채 16강 무대로 진격합니다.

안세영이 보여준 이번 경기는 큰 키를 이용한 유럽 선수들의 파워 배드민턴을 기술과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잠재웠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과연 안세영이 남은 토너먼트에서도 이 무결점 행진을 이어가며 버밍엄의 하늘에 다시 한번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그녀의 라켓 끝에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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