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하락에도 안 팔려" 대출규제+토허제+보유세 삼중고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발표 하루 만에 반포 일대 아파트 매매호가가 5억원 가량 하락했지만, 거래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강남 집값도 무너졌다

"강남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7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84㎡ 매물이 한 달 만에 1억1천만원 떨어진 5억9천만원에 손바뀜됐다. 구로구 신도림동의 전용 84㎡ 아파트도 지난 10월 12억 2500만원에서 한달새 1억원 넘게 하락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강남 재건축단지나 신축아파트 경매에서도 유찰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6개월 전 기준으로 책정된 감정가가 실거래가보다 1~2억원을 웃돌 정도로 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거래량 '반토막'... 매물만 쌓인다

거래량은 지난 7월 대비 반토막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에 따르면 강남구의 7월 매물은 5,242건인데 반해 매매 거래량은 20건에 불과했다. 서초구 상황은 더 심각해서 7월의 매매 매물량은 4,262건인데 거래량은 10건 뿐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조치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특정 지역에서의 투기적 거래 증가와 가격 상승 조짐이 포착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서울 강남, 용산, 마포 등 기존 허가구역뿐만 아니라 경기 일부 지역과 개발 예정지까지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규제에 탄핵정국까지... 부동산 시장 '빙하기'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국 집값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 종합 매매가격 지수는 0.1% 내렸다. 0.07% 하락한 지난해 12월보다 하락폭이 커진 것이다.

전국 아파트값에 이어 수도권 아파트값도 돌아섰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6주 연속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7주 만에 하락전환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인천 아파트 가격(-0.10%)이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강남 보유세 부담까지 가중

여기에 세금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퍼스티지는 내년부터 전용면적 84㎡에 부과되는 보유세가 40% 정도 오를 전망이다. 올해보다 370만원 늘어난 수준으로 '1천만원짜리 세금 통지서'를 처음 받게 된다.

인근의 반포자이와 아크로리버파크 등도 20% 넘게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다. 특히 상급지 아파트에서는 세금만 1천만원 넘게 내는 가구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절벽' 지속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래절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투자자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규제, 세금 부담은 아직 여전해요. 투자나 단기차익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허제가 적용되면 매수자는 허가 절차 때문에 거래가 지연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며 "이는 매도자들의 가격 조정 여지를 줄이고, 매물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출 규제와 토허제 확대, 보유세 부담 증가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거래량이 줄어든 만큼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 절벽'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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