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이고 맞고도…"자식 처벌 싫다" 덮히는 패륜범죄
기사내용 요약
노인보호기관 '피해자가 처벌 원하는 경우 고발'
권익위 "지침 개정 권고"…복지부 "2024년 적용"
노인학대, 형법-노인복지법 반의사불벌 규정 달라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지난해 신고된 노인학대 1883건 중 수사 의뢰되거나 고발된 사례는 10건(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신고 접수 기관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만 고발하는 지침을 적용해온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2일 '노인학대 대응체계 실효성 강화방안'을 통해 보건복지부에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복지부는 권고를 수용해 2024년까지 지침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노인학대 반의사불벌죄 아냐…지침 개정해야"
복지부 "권익위 권고 수용…2024년 개정된 지침 적용"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에 나서 학대 판정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가정 내 학대로 판정한 1883건 중 수사 의뢰나 고발 조치한 사례는 10건(0.5%)에 그쳤다.
권익위는 "수사의뢰나 고발조치 하지 않은 사례 중 1~5년 이상 장기간 학대가 이뤄진 경우도 다수"라고 지적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신고를 받고도 수사의뢰 또는 고발하지 않은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학대 지속 기간 및 빈도: 1년 간 매일
배우자가 피해 노인을 집안에 감금하고 꼬챙이나 칼 등으로 찌르거나 위협하면서 피해 노인의 목, 팔 등에 상해를 입힘
②학대 지속 기간 및 빈도: 5년 이상 동안 매주
자녀가 오랜 기간 수시로 피해 노인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상해를 입힘
③학대 지속 기간 및 빈도: 1년 이상 수시
배우자가 주먹과 아령 등을 이용하여 피해 노인을 폭행, 손, 다리 등에 상해를 입힘
④학대 지속 기간 및 빈도: 5년 이상 매일
자녀가 피해 노인을 폭행하여 눈, 손등, 머리, 엉치 등에 상해를 입히고, 칼이나 가위 등 흉기로 위협하였을 뿐만 아니라 옷을 모두 벗긴 후 이불을 뒤집어씌워 물을 붓거나 폭언·욕설을 함
⑤학대 지속 기간 및 빈도: 5년 이상 매주
배우자가 피해 노인을 각목 등으로 폭행하여 상해를 입힘
권익위는 노인학대 수사 의뢰 및 고발 기준을 강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 또 노인요양원 등 시설 내 노인학대 신고 접수 시 조사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8.4일에 달한다며 '48시간 내 현장조사' 규정을 지키도록 개선하라고도 밝혔다.
복지부는 권익위의 제도 개선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노인정책과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노인학대 사건의 행정처분, 형사고발 등에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이번 달부터 지침 개정 연구용역을 시작한다"며 "내년 상반기 연구 결과가 나오면 내부 검토를 거쳐 2024년엔 개정된 지침이 반영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사실상 반의사불벌 지침을 적용해온 것과 관련해서는 법적 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형법상 존속폭행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죄가 유지되고 있어서 (법이) 혼용되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침상 '피해자 의사를 확인해 고발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한 것은 아니고 '학대 피해자의 의지가 강력한 경우' 고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노인학대는 형법(일반법)보다 상위법인 노인복지법(특별법)에 따라 가중처벌 할 수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학대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노인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 된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지침을 소극적으로 적용해 가해자 대부분을 고발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인 만큼 형법상의 반의사불벌죄도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복지부가 발간한 '2021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가해자는 배우자(29.1%), 아들(27.2%) 순으로 가족이 가장 많았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당한 노인들은 가해자가 자녀라서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해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는) 가족이라 처벌을 면할 거라 생각해서 학대를 저지르기도 한다"며 "더 큰 가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을 바꾸는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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