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의 인생극장' 기억한다면, 좋아할 영화

▲ 영화 <줄리아의 인생극장> ⓒ 해피송

[영화 알려줌] <줄리아의 인생극장> (Julia(s),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5월 24일 개봉한 <줄리아의 인생극장>은 작은 일탈을 꿈꾸던 대학 새내기 17세부터 생을 정리하는 80세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매 순간 찾아오는 우연한 사건들로 각기 다른 인생을 사는 '줄리아'(루 드 라쥬)의 1인 4색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분명 <줄리아의 인생극장>의 우리말 제목은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꼭지, <TV 인생극장>에서 따왔을 것이다.

이휘재가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면, 두 가지 선택지가 나오고, 이 선택지에 따라서 다른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이 꼭지의 주요 내용이었다.

여기에 <줄리아의 인생극장>은 억울하게 회사에서 해고당한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탈지 말지 고민하며 시작되는 기네스 펠트로의 <슬라이딩 도어즈>(1998년)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작품은 순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의 운명을 말해준다.

변화무쌍한 사건의 조각들이 하나로 완성되어 가면서, 한 여인의 인생이 몽타주처럼 펼쳐지는 것.

물론, 이런 타임 슬립 영화는 <이프 온리>(2004년), <어바웃 타임>(2013년) 같은 로맨스 장르에서 주로 활용되기도 했다.

<줄리아의 인생극장>은 나름의 일탈을 즐기면서 살아가던 '줄리아'가 어느 날 서점에서 실수로 '폴'(라파엘 페르소나즈) 옆에 책을 떨어뜨리면서 변화한 운명을 보여준다.

첫눈에 반해 두 사람은 연인이 됐는데, 사랑의 힘 때문인지, '줄리아'는 피아노 콩쿠르에 합격한다.

하지만 이내 동전의 앞뒷면 내기 결과에 따라 달라진 운명을 보여준다.

스쿠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자신의 모든 커리어와 사랑을 잃고만 '줄리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먼저 보여준 영화는, 스쿠터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을 연출한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은 2011년 선보인 단편 <피아노 조율사>로 프랑스의 아카데미인 세자르상 단편영화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피아노 조율사>와 <줄리아의 인생극장>과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은 장르, 주제, 형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는 '클래식 음악'과 '피아노'가 공통 소재로 쓰였고, '완벽과 자기만족에 대한 집착', 그리고 '우리 인생에서 생기는 기회'에 대해서 전혀 다른 태도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또한, 영화가 하나의 몽타주 같기도 한데 어떻게 만들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영화의 구성이 복잡해서 모든 것이 대본과 촬영에서 예상되어야 했고, 처음부터 다른 인생 사이로의 교차, 다른 시간 차이, 그리고 다른 시각적 전환을 맞붙이고 어떻게든 이미 '편집된 상태'로 쓰고 지시해야 했다며 복잡한 스토리 구성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영감을 받은 영화라던가 제작자가 있었냐는 질문에,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은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샘 멘데스의 <레볼루셔너리 로드>(2009년), 클로드 소테의 <즐거운 인생>(1970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년) 등을 언급했다.

영화 초반의 로맨틱 코미디 부분은 다소 '리차드 커티스' 작품 같다며, 서점에서 둘의 만남은 <노팅 힐>(1999)에서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배우 루 드 라쥬와의 협업에 대해 "그녀는 카멜레온 같았다"라면서, 루 드 라쥬가 '줄리아' 역에 동화된 것이 자신과 프로듀서에게 확실히 전달됐고, 그 이상을 뛰어넘는 배우였다고 전했다.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은 "젊은 시절뿐만 아니라 성숙한 역할을 표현할 때는 깊은 목소리를 구현해 냈다"라면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17세부터 80세까지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한 것도 알고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은 나이 든 역할에 사용하는 도구들을 남용하고 싶지 않아서, 가장 얇은 보철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감독은 "루 드 라쥬가 마지막 장면을 위해 촬영장에 왔을 때, 다른 배우들은 그녀가 진짜 80살 할머니라고 믿었다. 제대로 적중한 걸 보고 정말 기뻤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에게 <줄리아의 인생극장>의 '우연'이라는 주제에 빠져있는 이유를 묻자, 감독은 "본인이 카페에서 훗날 아내가 된 여성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동생이 사귀던 여자와 자매였다"라는 일화를 전하며, 그 만남이 자신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자신들의 감정, 아픔과 희망을 담아 <줄리아의 인생극장>을 썼다고 밝혔다.

끝으로 "우리 인생은 전적으로 우연에 달려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미리 정해져 있지도 않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과 자유 의지의 표현임을 강조한 감독은 "이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친밀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감정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을 기억하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