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 뽑아 인센티브 … 중환자실·마취 수가 50% 올린다
◆ 의료가 흔들린다 ◆
정부와 의료계가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몇 달째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의료개혁 핵심 사안들이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수가 정상화, 지역의사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전문인력 활용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의료개혁 정책의 4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① 지역 필수의사제 내년 도입 96명 뽑아 월 400만원 지원
올 초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패키지의 핵심사업 중 하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이다. 지역필수의사제란 의사들이 지역의료기관 필수과에서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얼마의 인센티브를 받을지 계약하는 방식이므로,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다. 1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내년 1월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공모하고 2~3월께 네 곳을 뽑을 예정이다.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는 전문의 취득 3년 미만의 의사 96명과 계약을 맺고 이들에게 각각 월 400만원의 근무수당을 지급한다. 대상 진료과목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 8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의사의 정주 여건, 해외 연수 기회 등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마련하는지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의료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시범사업을 통해 그 효과를 평가한 후 재정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② 선진국처럼 의료사고 안전망 중과실 아니면 형사처벌 면제
필수의료 패키지 중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사고 특례법이란 명백한 중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방안이다.
이날 의개특위 관계자는 "연내 입법을 목표로 현재 의견 조율 중"이라며 "환자·소비자단체 측에서 특례 적용 범위가 넓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어 이견을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례법을 적용받으려면 해당 의료인이 보험·공제에 가입한 상태여야 한다. 이에 정부는 필수의료 부문 전공의(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흉부심장혈관외과)와 전문의(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 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내년에 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분만 등의 고위험 의료행위 과정에서 불가항력적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보상금 한도도 현재 최대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한다.
③ 중증·필수의료 수가 인상 910개 수술에 50% 가산
중증·필수의료 부문의 저수가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생명과 직결된 중증수술·마취 등 1000여 개 수가를 인상할 계획이다.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와 2~4인실 입원료 수가를 각각 현행의 50%씩 가산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910개 수술(두경부암, 소화기암, 심장, 뇌혈관 등) 수가와 그에 수반되는 마취료도 50% 수준으로 높인다. 수가 인상의 기준은 단순 행위가 아닌 수술의 난도, 의료진의 숙련도, 응급, 취약지 등이 될 방침이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직후 가동된 비상진료 체제하에서 효과가 증명된 지원 항목도 제도화한다. 대표적으로는 응급센터 내원 후 24시간 내 이뤄진 중증·응급수술과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의 가산,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입원환자 관리료 인상 등이 있다. 의개특위 관계자는 "수가가 인상되더라도 비상진료 기간 중에는 환자의 추가 부담은 없다"며 "이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중증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④ 의료행위에 PA간호사 투입 전공의들은 수련에만 집중
필수의료 패키지의 목표 중 하나는 전공의들이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의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처럼 전공의들이 인턴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 의료행위 자체는 '전문의-PA간호사' 체제로 바꿔 간다는 구상이다.
캐나다에선 환자들이 응급실에 실려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PA 간호사다. 검사와 치료·처치, 중환자 관리 등 의사 업무의 일부를 대신한다. PA 간호사가 되려면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고, 전용 면허도 까다롭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입장이다. 지난 8월 간호법이 제정됨에 따라 PA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이르면 내년 6월 합법화될 예정이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임상경력을 가진 간호사들을 PA 간호사로 양성하고 이들의 업무범위를 확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전담 간호사와 PA 간호사 양성에는 내년 기준 11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리즈 끝>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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