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탄식한 상암 잔디, 대선배들도 '이구동성'→"심사숙고해서 공들여야"+"선수들도 짜증 날 것" [현장인터뷰]
[상암=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작심 발언에 선배이자, K리그 팀들을 이끌고 있는 김기동 감독과 황선홍 감독도 힘을 보탰다.
FC서울과 대전하나시티즌은 14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 2024 30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황선홍 감독과 김기동 감독도 이번 경기가 열리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지난 9월 A매치 기간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과 팔레스타인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산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가 진행된 장소이다. 당시 경기는 0대0으로 마무리됐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경기 후 결단을 내린 듯한 말을 내뱉었다. 잔디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볼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다.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원정 경기 그라운드 컨디션이 더 좋다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며 상암 잔디에 대해 지적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이 원정 경기를 치른 오만 대표팀의 홈 경기장은 상암보다 더 나은 상태의 잔디를 자랑하며 팬들과 선수들을 더욱 탄식하게 했다.
상암의 잔디 논란은 대표팀과 K리그 경기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FC서울 선수들도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
잔디 문제는 곧바로 선수들의 경기력과 직행되는 문제다.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도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다만 꾸준히 A매치의 무대로 사용되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매 경기마다 문제가 되고 있다. 상암을 무대로 펼쳐지는 일부 대규모 콘서트 등에 축구 팬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K리그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선배 선수였던 황선홍 감독과 김기동 감독도 잔디 문제에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황 감독은 "우리도 훈련장이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K리그가 많이 좋아지고, 레벨, 퀄리티도 상당히 높아졌다. 거기에 걸맞은 재반적인 여건이 돼야 더 좋은 퍼포먼스를 선수들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환경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서 공을 많이 들여야 선수들이 더 좋은 플레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도 "좀 아쉽다"라며 "퀄리티 있는 경기를 관중들이 봐야 하는데, 그라운드 안에서 쉬운 컨트롤 실수나 패스 실수가 나오면 선수도 짜증이 나고, 관중들도 '프로 선수가 왜 저런 것도 못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경기장 때문에 질 좋은 축구를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도 이번 손흥민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된 잔디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A매치 기간 펼쳐지는 이라크와의 3차 예선 홈 경기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선수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좋지 않은 잔디 상태를 많이 지적했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홈 경기장 이전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3차 예선 홈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기로 대관 신청을 해놓긴 했다. 잔디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대안 마련을 시작했다. 대표팀 선수들도 좋지 않은 잔디 상태에서 경기를 계속해야 하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대표팀 경기를 다른 장소에서 치르더라도 상암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FC서울의 경기까지 장소를 바꿀 수는 없다. 손흥민에 이어 K리그 감독들까지 목소리를 보탠 만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관리 주체들이 보여줄 노력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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