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에 깔려 응급조치 한 번 못 받고 하늘로" 스키 선수 유족 분통

윤한슬 2024. 9.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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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훈련 갔다 선수 등 3명 사망
후보 선수 모친, 커뮤니티 글
"스키 장비 많아 보조 의자 앉아"
"짐 때문에 구조 못 하고 방치"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대한스키협회 국가대표 후보 선수 등 희생자들의 빈소가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뉴질랜드에서 교통사고로 스키 국가대표 후보 선수 등이 사망한 가운데, 숨진 선수 중 한 명의 유족이 사고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수들과 스키 장비 등 무거운 짐을 같은 차량에 실어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국가대표 차원이 아닌 사설 스쿨팀 일원으로 훈련을 떠났지만, 스키협회는 팀 운영상 문제는 없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 사고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켄터베리 지방 한 고속도로에서 승합차와 마주 오던 4륜구동 자동차가 충돌해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 두 명과 피해 차량을 운전한 코치 등 3명이 숨졌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로고 숨진 A선수의 모친 B씨는 지난 29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들 죽음이 원통하고 기가 막혀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아이들 짐에 깔려 안 보였다더라"

B씨는 "사고 후 2시간 가까이 되어서야 연락을 받았는데, 감독은 (아들이) 교통사고로 호흡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뭐든 해달라고, 인공호흡(하고)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했는데 (감독으로부터) 아무 말도 못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B씨는 사고 차량에 스키 장비가 실려 있어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과 장비를 분리시켰어야 하는데, 감독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거짓으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감독은) 제 아들이 운전자 옆 뒷좌석에 앉았다, 사고 차량에는 스키가 없었다 등 거짓말로 유가족에게 이야기했는데, 제 아들은 스키장비가 많아 뒷좌석 중간 보조의자에 앉아 있었다"며 "아들 왼쪽 귀 옆에 스키 칼날 자국이 10㎝ 이상 나 있고, 얼굴엔 온통 상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짐차에 아이 태워… 감독은 고급 SUV 탑승"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켄터베리 제랄딘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해 있다. 제랄딘=AP연합뉴스

그러면서 "일주일 내내 사고 조사를 해보고 목격자 증언을 들으니 너무나도 기가 막힌다"며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사고 후 바로 가 보니 아이들이 짐에 깔려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을 꺼내지 못해 3시간 이상 방치해 어떤 구조활동, 응급조치 한 번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B씨는 "저희 부부는 3년 전 스키 장비와 아이들을 같이 태우고 이동시키기 불안해서 아빠가 사용한 트럭까지 감독에게 주며 (장비와 분리할 것을) 당부해왔다"며 "저희가 안 보는 해외에서는 비용을 아끼려고 짐차에 내 아이를 태우고 정좌석도 아닌 보조의자에 앉혀 이런 비극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또 "감독이 탄 차량은 렌트비도 더 비싼 고급7인승 SUV 차량에 감독, 감독 부인, 감독 아들, 학생 1명 등 4명만 있었고, 온갖 스키 장비는 사고 차량에 싣고 이동했다"며 "관리 감독을 하는 지도자라는 사람이 어찌 이럴 수가 있나. 너무나도 원통하고 억울하고 분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선수의 유족은 차량에 상당한 무게의 장비들이 실려있던 점, 상대 차량 운전자는 부상이 크지 않은 점, 사망 선수 중 한 명에게 긁히는 등의 상처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짐에 눌려 압사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유족 C씨는 한국일보에 "우리 아이는 외상이 하나도 없는데, 교통사고에서 상처 하나 없는 사람 봤냐"며 "목격자가 차량 안에서 우리 아들을 못 봤다고 한다. 짐에 깔려 안 보였다는 것인데, 압사가 아니겠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고 차량은 주로 짐을 싣기 위해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차량 안에는 스키 폴대, 드릴과 송곳, 가방 등 각종 스키 장비가 실려 있었다.


사설 스쿨팀 훈련… 협회 "관리 소홀 조사"

이들은 국가대표나 협회 차원이 아닌 사설 레이싱스쿨 일원으로 훈련을 떠났다. 그러나 협회는 협회에 등록된 국가대표 후보 선수들이 사망한 만큼, 현지 경찰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리 책임에 소홀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등록 선수들의 관리 책임에 있어서 소홀했던 부분은 없는지, 팀 운영상 문제는 없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며 "팀 감독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면, 어떤 징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대한스키협회 또는 시·도스키협회 등 징계 관할도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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