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구멍에 '또 논란' 일반인 짝짓기 예능

정민경 기자 2022. 11. 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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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과거 논란, 출연자 비난 넘어 제작진 '검증 문제'로
연애 프로 중 '돌싱' 특집, 출연진 특성상 관심·위험 더 커
제작진·출연자·소비자 세 주체가 만든 총체적 문제 분석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일반인 연애를 중계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예능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와 악플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일반인 연애 프로는 연예인과는 달리 연애 과정과 세세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할 수 있어 인기다. 출연자들은 연인을 찾는다는 목적 외에도 방송을 통해 '셀프 홍보' 발판 등으로 삼을 수 있어 연애 프로그램 제작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반인은 '과거 검증'이 연예인보다 더 어렵고 사생활 공개 시 악플에 대처하는 소속사 등이 없기 때문에 '출연자 리스크'는 더 크다.

출연진 '과거 논란', 출연자 비난 넘어 제작진 '검증 문제'로

최근 MBN 예능 '돌싱글즈3'에서 한 출연자의 과거 사생활이 드러나 논란이다. 돌싱글즈3 출연진 이모씨는 본방송을 통해 커플이 되지 않았지만, 방송이 끝나고 뒤늦게 커플이 됐다. '돌싱글즈 외전-괜찮아 사랑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를 공개한 후 '구제역'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씨에 대한 폭로가 터져 나왔다. 이씨가 이혼 전 가족과의 갈등을 방송에서 이야기한 것과 관련, 이씨 주장과 달리 이씨가 상습적으로 불륜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MBN '돌싱글즈 외전' 포스터.

폭로를 한 유튜브 채널은 이씨의 불륜 증거라며 사진과 카카오톡 대화 등을 공개했다. 이씨는 해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자신에겐 다른 증거가 있지만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을 SNS에 올렸다. 다만 이씨는 “전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전달했다. 저의 개인사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폭로에도 MBN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방송을 진행했다.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유튜버 구제역은 20일 “돌싱글즈 박○○ PD님 이○○ 과거 진짜 몰랐어요?”라는 영상을 게시했다. 돌싱글즈 측은 '돌싱' 출연자에 관해 '유책 배우자'는 출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유튜버는 “출연 기준에 따르면 이씨는 돌싱글즈에 출연할 수 없다. 그러니 이씨 문제보다 제작진 문제가 더 크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일방적 주장만 믿고 검증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연자의 논란을 화제성으로 생각해 반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MBN 측은 방송 전 출연자에 대한 제보를 받았음에도 검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제보한 제보자가 MBN에도 같은 제보를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21일 MBN 돌싱글즈 박 PD에게 출연진 검증과 제작진 책임론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반복되는 '일반인 리스크', 출연진 특성상 관심·위험 더 커

'일반인 리스크'는 반복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 '돌싱글즈2'에서도 한 출연진이 방송 출연 직전 앨범 활동을 했고 홍보성 출연 논란이 있었다.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SBS PLUS와 ENA의 '나는 SOLO' 4기에서도 출연진 갈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고 조치를 받고, 출연자 중 한 명이 네티즌 100여명을 무더기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관련 기사: '나는 SOLO' 프로그램, 출연자 고통호소에 연출PD 책임론까지]

MBN '고딩엄빠'에서도 출연진의 가정 폭력 논란이 있었고 IHQ '에덴' 역시 출연자의 폭력 전과가 논란이 됐다. 특히 과거 출연진 사망으로 폐지됐던 SBS '짝'과 같은 극단적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우려는 커져가고 있다.
[관련 기사: SBS '짝' 출연자 사망사건…'폐지' 주장까지]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 중 인기 포맷인 '이혼 남녀들의 연애'는 출연진 리스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끝난 SBS PLUS와 ENA의 '나는 SOLO' 10기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나는 SOLO'는 보통 싱글 남녀를 짝짓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0기는 특별히 '돌싱 특집'을 진행했다. 역대급 인기에 비례해 출연진에 대한 악플도 많았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종영한 '나는 SOLO' 10기 종방 기념 라이브에서 한 출연진이 가족에 대한 비난 등을 삼가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사진출처=촌장엔터테인먼트TV 유튜브.

지난달 27일 '나는SOLO' 10기 종영을 맞아 제작사 유튜브 채널인 '촌장엔터테인먼트TV'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 영상에서 '상철'이라는 가명의 한 출연진은 “'돌싱'들은 솔로와 달리 전 와이프, 전 남편, 아이들이 있다. 방송 이후 너무 힘들었던 것이 전 와이프에 대한 언급들이었다. 출연진은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니 이런 부분에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며 “이런 부분은 가슴이 아파 작가님에게도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정도였다. 저와 전 와이프,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나는SOLO' 제작사 촌장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이 방송에서 “제작진이 앞으로 더 신경 써서 잘 만드는 수밖에 없다. 사실 제작진이 방송에서 (조작이나 이른바 '악마의 편집' 등) 방송에 뭔가를 했다면 이런 라이브 방송도 위험해서 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방송에 떳떳하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공정하고 정직하게 편집해서 방송하고 있다. 불만이 있으신 부분은 조금 이해해주시고, 앞으로는 더 완벽하게 신경쓰면서 다잡아가겠다”고 말했다.

제작진·출연자·소비자 세 주체가 만든 총체적 문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문제를 △제작진 △출연자 △논란을 소비하는 소비자 문제가 총체적으로 합쳐져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논란을 소비·양산하는 주체로 유튜버와 함께 악플을 적극적으로 다는 시청자 등도 포함될 수 있다.

▲MBN '돌싱글즈'. 출연자들의 연애를 관찰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4명의 연예인 MC들.

정덕현 평론가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연애 리얼리티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확장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제작진, 출연을 결정한 일반인, 논란을 소비하는 소비자(시청자) 문제가 합쳐져 생기는 현상”이라며 “제작진은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출연진이지만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묵인하거나 축소할 수 있고, 일반인 출연자는 자신의 사생활 노출을 어느정도 감안하면서 출연을 결정한 것이며, 이에 악플을 달고 논란을 소비하는 시청자들.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리얼리티 쇼가 갖는 문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돌싱글즈의 경우 이혼과 재혼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그들의 연애를 보여준다는 취지가 있는데 그 취지보다 '화제가 될 수 있는 출연자'에 대한 욕심이 있던 건 아닌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정말 사전에 몰랐는지, 방조한 부분은 없었는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며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논란을 알고도 들어오는 상황이다. 자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목적의 출연이 맞물리며 문제가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논란을 즐기거나 악플을 다는 소비자들 역시 뒤엉켜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SBS '짝' 사태처럼 큰 사고나 사건이 터졌을 때 굉장히 심각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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