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때문에" 조선 마지막 황태자가 팔았던 호화저택의 기구한 운명
[땅집고]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미국 블랙스톤이 최근 일본 도쿄의 복합시설 ‘가든 테라스 기오이초’를 4000억엔(3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복합시설에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라는 영친왕이 거주하던 주택도 포함돼 있다.
옛 이왕가 저택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부부가 1930년 3월부터 20년 넘게 거주했다. 영친왕 이은은 일본 육사 출신으로 일본군으로 근무했으며, 결혼후 일본 왕실이 저택을 지어 주었다. 도쿄도 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당시 일본 왕실이 심혈을 기울여 지은 저택으로 보존 상태도 좋다. 일본이 패전후 생활비 지급이 중단되자 생활고로 세이부 호텔에 매각했다.
세이부는 이 건물을 매입해 한동안 호텔로 활용했고, 이후 보수 공사를 거쳐 레스토랑과 연회장 등으로 이용했다. 5000t 무게의 영친왕 옛집은 레일을 깔아 원래 위치에서 44m 옮긴 뒤 프렌치 레스토랑과 연회장 등으로 쓰이는 ‘아카사카 프린스 클래식 하우스’가 됐다.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번 투자금액은 외국계 투자회사의 일본 내 부동산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블랙스톤이 일본 시장에서 진행한 수많은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이다. 블랙스톤은 2013년 이후 약 1조 7500억 엔에 달하는 부동산을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킨키닛폰철도 그룹으로부터 8개 호텔, 다이와하우스공업으로부터 물류시설 등을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대체자산 운용사로, 1조 달러가 넘는 운용자산은 부동산, 사모펀드, 인프라, 생명과학, 성장주, 헬스케어,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한동안 6조원 상당의 일본 부동산 자산 매각했던 블랙스톤이 다시 일본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이유는 뭘까. 일본은 여전히 저금리로 조달 금리가 싸고 부동산 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엔저까지 겹쳐서 일본 부동산 투자에 최적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로 급감했던 관광객들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점도 일본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
글=차학봉 땅집고 기자
도쿄 가든 테라스 기오이초는 옛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을 재개발해 2016년 7월 개업했다. 도쿄도 유형문화재인 ‘옛 이왕가 도쿄 저택(舊李王家東京邸)’을 비롯해 사무실·호텔 등이 들어선 36층 건물 ‘기오이 타워’, 21층 건물인 ‘기오이 레지던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면적은 약 23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