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8년째 허울뿐인 국가대표 쇼핑 축제

김아름 2023. 11. 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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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30일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
유통업체들 독자 브랜드 쇼핑 행사 열어
정부 차원 전폭적인 기업 지원 있어야
지난 주말 한 이마트 매장의 계산대/사진제공=이마트

11월은 쇼핑의 달

지난 주말, 장을 보기 위해 집 근처 이마트를 방문했습니다. 아니, 방문하려고 했습니다. 차를 가지고 이마트 근처로 진입했는데 주차장이 꽉 차서 입장을 할 수 없었죠. 안내요원이 나와 인근 주차장으로 안내를 하는데, 그 쪽 역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평소엔 보기 힘든 광경이었죠.

이는 지난 주말이 이마트의 연중 최대 행사 '쓱데이'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시작한 '쓱데이'는 1+1 행사, 삼겹살·한우 50% 할인 등 파격적인 내용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쓱데이 첫 해였던 2019년엔 하루 매출이 평소 대비 70% 이상 늘었죠. 

쓱데이 효과를 확인한 이마트는 2020년부터는 쓱데이 기간을 주말 이틀로 늘렸습니다. 올해엔 하루 더 늘려 금토일 3일간 행사를 진행했죠. 이마트가 준비한 한우만 60톤, 삼겹살·목살은 300톤에 달했다고 합니다.

쓱데이뿐만이 아니죠. 지난 11일은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였는데요. 국내 이커머스들도 광군제에 맞춰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이어졌고요. 12월로 넘어가면 이제 연말·크리스마스 행사로 이어집니다. 지갑이 닫힐 새가 없습니다.

코세페는 거들 뿐

이 초대형 행사 릴레이를 보며 문득 생각난 다른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쇼핑 축제'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어 있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입니다. 정부가 연말 소비 진작을 위해 만든 이 행사도 사실 지난 11일부터 지금까지 쭉 진행 중인데요. 2016년부터 매년 지속되고 있지만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코세페'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마트 역시 이번 쓱데이를 진행하면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의 연관성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코세페'와의 연계를 드러낸 곳들도 실제로는 자체 진행하는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지난 16일부터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을 맞아 '온리원 페스타'를 진행 중인데요. 행사가 피크였던 지난 19일 롯데마트를 방문했지만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의 연관성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홈플러스의 메가푸드위크/사진제공=홈플러스

롯데그룹의 경우 코리아 세일 페스타 시작 전인 2일부터 12일까지 유통군 통합 마케팅 행사인 '롯데 레드 페스티벌(구 롯키데이)'을 열기도 했습니다. 11일 광군제를 겨냥한 기간 설정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가한다고 밝힌 다른 유통 기업들도 비슷한 '각자도생'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CU는 '쓔퍼세일', 홈플러스는 '메가 푸드 위크', G마켓은 '스마일데이' 등 각자 자체 쇼핑 행사 브랜드를 갖고 있어 '코세페' 보다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죠. 이쯤되면 굳이 '코세페'가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코세페 살리려면

업계에서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미래를 밝지 않게 봅니다. 쓱데이 등 자체 할인 행사의 인기를 '코세페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행사에 맞춰 할인폭을 키운다고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닌데, 자체적으로 설정한 마케팅 플랜에 맞춰 효율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게 유리합니다. 최근 들어 민간 주도 행사로 전환됐다고는 하지만 날짜를 지정하고 그 기간에 할인 행사를 맞추라는 것 자체가 '관치'에 가깝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입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행사니, 제대로 한 번 키워 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지역 축제까지 연계해 비슷한 시기에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나름의 의미와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지난 10일 열린 2023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식/사진제공=코리아세일페스타

다만,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조금 더 팔을 걷고 나서야 합니다. 우선, 유통 채널에 집중된 행사를 제조사로 확장해야겠죠.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모티브로 삼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가 제조사들의 필요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작된 행사라는 점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해 시작된 '코세페'의 태생적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방안도 있습니다.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기업들에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식입니다. 올해 행사 첫 주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이 걸려 있는 점을 고려, 의무휴일을 조정해 준 것도 정부 주도 행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전세계에 K-컬처가 퍼지고 있는 2023년이지만, K-쇼핑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소비자들은 광군제에 맞춰 알리바바를 찾고, 블랙프라이데이엔 아마존에 접속합니다. 내년에는, 내후년엔 조금 달라질까요. 언젠가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K-페스타'로 불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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