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스캔들에 휩싸였다 계엄령까지 선포한 한국의 대통령
간밤에 극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갑자기 철회하며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앞날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22년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이미 큰 압박을 받으며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었다.
게다가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디올 핸드백 수수 및 주가 조작 의혹 등 영부인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일자 직접 대통령이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그는 사퇴하라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이미 국회의원들은 탄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간밤에 발령돼 짧게 끝난 계엄령 선포는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국회의원들은 군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자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갔다. 국회 건물 밖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분노에 차 모여들었고, 경찰 인력도 대거 집결했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발표하자 국회 밖 시민들은 환호하며 기뻐했다.
이토록 큰 판을 벌이다가 또 이렇게 쉽게 물러나는 윤 대통령의 모습에 한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가 놀라움을 표했다.
권력을 잡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신인일 당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16년 불명예 퇴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 사건을 기소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러던 2022년, 대선에 출마해 진보성향의 이재명 후보를 1% 미만의 표차로 아슬아슬하게 꺾으며 권력을 잡게 된다. 이는 한국에서 1987년 직접 선거가 실시된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였다.
한국 사회가 젠더 이슈로 점점 더 분열되던 시기, 윤 대통령은 반페미니즘 공약을 내세우며 청년 남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었다.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의 이동성 부교수는 윤 대통령의 당선 당시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시민들은 그의 지도하에 새 정부가 원칙, 투명성, 효율성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리라 믿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도 매파적인 입장을 보였다. 계엄령을 선포하던 3일 밤에도 북한을 언급했다.
처음부터 계엄령 선포가 북한의 위협 때문이 아닌 그의 국내 문제 때문임이 분명했음에도, 윤 대통령은 연설 중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고,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자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실언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지지율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22년 대선 캠페인 중 지난 1980년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대를 학살한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인 전두환에 대해 “정치를 잘했다”고 언급했다가 이후 철회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미 의회를 모욕한 발언을 한 적 없다며 해명해야 했다.
윤 대통령이 미 의원들을 한국어로 ‘바보’ 혹은 더 심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로 지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해당 영상은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외교에서는 일부 성공을 거뒀는데, 특히 역사적으로 껄끄러웠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이루어냈다.
‘정치적 오산’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스캔들에 휩싸였다. 특히 한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을 받았다는 등 여러 부정부패 및 부정한 영향력 행사 등의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 씨를 중심으로 스캔들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아내에 대한 수사 요청을 거부하는 한편 지난달에는 아내를 대신해 사과했다.
그러나 그의 지지도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였다. 11월 초, 지지율은 17%까지 떨어지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고,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씁쓸한 패배를 맛봐야만 했다.
조지워싱턴대 ‘한국 재단’ 소장인 셀레스트 애링턴 교수는 해당 총선 결과로 인해 윤 대통령은 레임덕으로 전락하며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식으로 밖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이러한 거부권 행사도 “전례 없는 빈도”로 자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야당은 행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했는데, 예산안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 아울러 야당은 영부인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며 감사원장 등 행정부 인사들을 탄핵하고자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정치적 위기로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그 누구도 감히 예상치 못한 핵폭탄과도 같은 선택을 내리게 된다.
애링턴 교수는 “최근 몇 주 동안 다수의 관측통들이 대통령과 야당이 다수인 국회 간 대립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우려했다”면서 “그러나 계엄령 선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화여대 국제학부의 레이프 에릭 이슬리 교수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법적으로 도를 넘는 행위이자 정치적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여당과 행정부에서조차 강하게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이 심야에 이 같은 행정명령을 실현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포위된 정치인처럼 들렸습니다. 점점 더 몸집이 커지는 스캔들, 제도적인 방해, 탄핵 요구 등에 맞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죠. 그리고 이제 (계엄령 선포 여파로 인해) 이 모든 요소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은?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에 여야 정치인들 모두 분노했다. 3일 밤 의원들은 급히 국회로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으며, 심지어 여당 지도부조차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참모진은 4일 아침 일괄 사임을 발표했다.
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가 “악순환을 끊고 다시 정상 사회로 돌아갈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편 간밤의 여파는 한국을 넘어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는 한국의 동맹국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주요 동맹국인 미국은 윤 대통령의 발표에 당황스럽다면서 한국이 “법치에 따라”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본은 “예외적이고 심각한 우려”로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리 교수는 최근 몇 달간 남한과 긴장감을 높여왔던 북한이 “한국의 분열을 이용하려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분노가 휩쓸고 있다. 4일에는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한국의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로 조합원이 100만 명이 넘는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의 퇴진 전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의 향후 계획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이번 사태 이후 그는 아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은 BBC ‘뉴스데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기의 행동 및 영부인의 행동으로 인한 문제들을 대하는 방식으로 인해 점점 더 인기를 잃고 있었다”면서 “그리고 이제 그 자신이 스스로 몰아넣은 이 궁지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에게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어떻게 행동하기로 선택하든, 그의 졸속 계엄령 선포는 안 그래도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던 그의 자리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방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