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IT기업들의 AI 경쟁력을 분석합니다.

"내년 이맘때에는 세상 사람들이 최고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입에 올리도록 할 겁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최종 5개 정예팀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SK텔레콤이나 LG 등 쟁쟁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기술력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은데다 자본력도 떨어지는 스타트업이지만 뛰어난 그래픽처리장치(GPU) 운용 역량과 임정환 대표를 구심점으로 모인 정예 인력들의 도전정신이 뭉친 결과다. 신생기업이라는 한계로 회사를 향한 의구심은 여전하지만 세계 최초 AMD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 구현과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 세계 1위를 뛰어넘을 성과를 통해 증명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정부 사업 탈락, 오히려 더 큰 동력 됐다
정부 과제에서 떨어진 것을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게 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이달 21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떨어지게 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소는 사업화에 대한 의구심"이라며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모티프는 서면평가를 통과해 최종 10개 팀에 포함됐다. 발표평가에서도 기술 역량은 인정받았지만 스타트업의 구조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대기업은 그룹사 납품처럼 명확한 실증 계획이 있지만 스타트업은 사업화와 안정성 면에서 신뢰를 얻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임 대표의 분석이다.
GPU 활용 능력으로 차별화

임 대표만의 차별화된 AI 접근법은 수학자 출신이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도 수학 연구를 취미로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AI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대부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이력이다. 그는 "수학자의 시선에서 좋아 보이는 것을 찾아내는 점이 있다"며 "최신 AI 논문을 매일 구성원과 공유하는데 제가 고른 논문이 한달 뒤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당시 딥마인드의 초기 멤버로 활동했던 교수들과 교류하며 AI 분야에 일찍이 눈을 떴다. 이후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개발 자회사) 펍지(PUBG)와 삼성리서치에서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을 다뤘다. AI에 본격적으로 뛰어든건 모레에 합류하면서다. 모레가 갖춘 GPU 인프라를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임 대표의 난대없는 제안에 처음에는 사내에서도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2024년 초 '모모(MoMo)-70B' 모델이 허깅페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AI 모델에서 가능성을 본 모레는 올해 2월 핵심 AI 인력을 기반으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자회사로 출범했다.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아닌 AMD 기반 GPU 인프라를 잘 다룬다는 강점도 모회사인 모레로부터 이어받았다. AMD 인프라는 엔비디아에 비해 사업자의 운용 역량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GPU 활용 측면에서는 국내 어떤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임 대표는 "프롬스크래치 뿐만 아니라 그 아래 영역도 키워야 한다"며 "이런 부분까지 내재화가 되지 않는다면 특정 기업에 대한 종속성이 커지고 자체 역량이 없다면 기술 경쟁에서 앞단에 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프롬스크래치에 더해 인프라를 활용해 모델의 학습 효율을 높이는 기술력까지 갖추지 못한다면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반쪽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GPU 운용 역량은 모델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신기술을 학습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여 보다 공격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모델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더 좋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적용해야 한다"며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GPU 엔지니어링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인력이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예 역량 모아 멀티모달 확장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또 다른 자산은 25명 정도의 소규모 정예팀이다. 구성원들의 수준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임 대표는 "최소 2년, 길게는 4년 이렇게 함께했다"며 "몇몇은 지금 오픈AI에 가도 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 대형언어모델(LLM)을 넘어 자체 개발한 비디오 생성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임 대표는 "국내에서 이미지 생성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서비스까지 하는 곳은 우리 뿐"이라며 "국내에서도 이미지 생성이 필요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독점적으로 앞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업 AI 전환 시장에도 집중한다. 삼일회계법인과 업무협약을 맺고 AI 기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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