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은 넣고.. '자유' 빠진 '민주주의'는 그대로 뒀다

김연주 기자 2022. 9. 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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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文정부때 선임된 연구진의 '새 한국사 교육' 2차 시안 발표

교육부가 2025년부터 중·고교생들이 배울 새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 ‘6·25 남침’을 포함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을 써달라는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30일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2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공청회 시안(수정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8월 30일 정책 연구진이 만든 시안을 인터넷에 올려 국민 의견을 수렴했고, 연구진이 그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2차 시안을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한 것이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과목별로 배울 내용과 목표 등을 담은 것으로, 이에 따라 교과서가 구성된다.

연구진은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성취 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에 ‘남침으로 시작된 6·25′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1차 시안을 발표했을 때 종전 교육과정에 있던 ‘남침’이라는 용어가 빠져 “북한이 남한을 침략해 6·25전쟁을 일으킨 역사적 사실을 왜 빼느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초등 사회 교육과정 시안의 성취 기준에서도 종전 교육과정에 있던 ‘6·25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자’는 부분이 빠져 논란이 됐는데, 이번 2차 시안에는 성취 기준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성취 기준 적용 고려 사항’에 ‘6·25전쟁의 원인’이 추가됐다. 교육부는 1차 시안 발표 후 논란이 되자 “’남침’은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는 수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성취 기준의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꿨다가 논란이 되자 ‘성취 기준 해설’에 헌법 전문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포함했다. 그런데 이번 정책 연구진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조차 넣지 않았다. 1차 시안 발표 후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등과 구별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써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많았는데 2차 시안에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건국’으로 불러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다수 나왔지만, 연구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대한민국의 발전’ 단원에서 ‘산업화의 성과와 한계를 파악하고’라는 부분에서 ‘한계’라는 말은 삭제했다. 산업화의 부정적 면을 부각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성취 기준 해설의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문장 역시 삭제했다. ‘독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의를 이해하자’는 내용도 성취 기준 해설에 추가했다.

지나치게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던 근현대사 분량은 그대로 유지됐다. 시안 발표 후 “150년에 불과한 근현대사 비율이 80%가량으로 너무 높아 학생들이 고조선부터 조선 시대까지 수천 년 역사를 제대로 못 배운다”는 지적이 역사학계 등에서 많이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 문제를 지적하며 “현실 정치에 활용도가 높은 근현대사를 이렇게 많이 가르치려는 것은 고3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번 역사 교육과정 시안은 문재인 정부 때 꾸린 정책 연구진이 만들어 ‘역사 교육 알박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종안은 교육부가 10월까지 마련해 국가교육위원회에 넘겨 심의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는 앞으로 교육과정 심의의원회를 열어 다시 수정·보완한 뒤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윤석열 정부가 중시하는 자유의 가치 등을 반영하고 싶지만, 박근혜 정부 때 ‘국정교과서’ 사태를 겪은 경험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교 통합사회 교육과정에서 ‘성 소수자’라는 용어를 빼달라고 요구해왔던 기독교계 등 보수 단체 회원 수십 명이 공청회장에 몰려와 “동성애 옹호하는 교육과정 폐지하라”며 거세게 항의해 공청회가 한때 중단되는 등 소동이 일었다. 연구진은 일부 보수 단체의 삭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성 소수자’ 표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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