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뱃속서 말린 장, 골든타임 6시간인데…"치료할 소아과 극소수"

정심교 기자 2025. 7.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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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8일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최용재 병원장(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이 지난 1일 이 병원에 실려온 장중첩증 환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병변을 설명하고 있다. 장이 도넛처럼 동그랗게 말렸다./사진=정심교 기자

장(창자)의 한 부분이 망원경을 접을 때처럼 말려들어가는 질환이 '장중첩증(또는 창자겹침증)'이다. 초음파에서 겹친 장이 도넛과 원기둥 모양으로 보인다. 대부분 2세 이전의 아기에게 발생하는데, 골든타임이 '6시간'이다. 이 시간을 넘기면 겹친 장 부위가 썩어서(괴사) 쇼크 상태에 빠지고, 평생 장애를 떠안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런데도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열악한 곳에선 진단부터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적잖다.

지난 8일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최용재 병원장(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장중첩증은 진단·치료에 몇 시간만 늦어져도 생명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떠안고 살아야 하는 소아외과 질환"이라며 "증상이 나타난 후 6시간 이내에 '정복술'을 받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 호발 나이대인 2세 이전엔 증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므로 부모 등 보호자가 장중첩증 의심 증상을 재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반복적인 복통'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다. 평소 건강하던 아기가 갑자기 자지러지듯이 울다가 5~15분간 그치고, 이 사이클을 반복한다(간헐적 격렬한 울음). 울면서 토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아기는 처지고 늘어진다.

장중첩증이 생기는 과정.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아기가 울지 않을 때 오른쪽 또는 위쪽 배에서 소시지 모양의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하는데, 만지면 대개 아파한다. 시간이 지나면 포도주나 짜장 색깔의 끈적한 젤리 같은 대변, 딸기잼 같은 혈변, 탈수, 녹색 구토 등 증상을 보기도 한다. 최 병원장은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판단했다간 아기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즉시 소아 초음파 검사, 응급 정복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중첩증인지 진단할 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배를 눌러 덩어리가 만져지는지 확인(촉진)하거나 엑스레이 또는 복부초음파로 장이 겹쳤는지 확인한다. 최용재 병원장은 "이 병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른 진단·치료가 중요하다"며 "특히 복부초음파 검사로 도넛·샌드위치 모양 같은 장중첩증 특유의 병변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든타임 내에서도 진단이 빨랐다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 '초음파 유도하 정복술'(이하, 정복술)이 장중첩증의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이다. 아기 항문으로 튜브를 넣은 후 공기나 생리식염수를 서서히 주입하면서 압력(공기·수압)을 가해 겹친 장을 푸는 방식이다. 이때 초음파로 장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지(장 정복)를 실시간 확인한다. 장 정복이 완료되면 통증이 바로 호전되며, 마취·수술 없이 회복할 수 있다. 이 정복술의 성공률은 80~90%이며, 성공했더라도 병실에서 아기를 24~48시간 관찰해 문제가 없으면 퇴원할 수 있다. 다만 1차 정복술로 겹친 장이 풀리지 않으면 2차 시도 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장중첩증에 대한 정복술 시행 전후.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최용재 병원장은 "이런 정복술 시행이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선 야간·휴일·지방 의료기관에서 진단은커녕 초음파 검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장중첩증 진단·정복술 모두 가능한 병원이 국내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진단이 늦어지면 장절제술을 포함한 개복 정복술로 이어진다. 골든타임을 놓쳐 아기가 쇼크 상태에 있거나, 창자가 이미 썩어들어갔거나(괴사), 장 천공이 의심될 때다.

수술실에선 겹친 장을 의사가 손으로 직접 풀어주는데, 잘 풀리지 않거나 천공·괴사가 이미 진행됐다면 장을 절제해야 한다. 장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일생에 걸쳐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최 병원장은 "특히 장의 회맹판을 절제할 경우 비타민B12 같은 중요한 영양소·지방산·담즙산 등이 장에 흡수되지 않아 평생 비타민B12, 지용성 비타민(A·D·E·K) 결핍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평생 약을 먹거나 영양결핍, 이로 인한 성장 지연, 발달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용재 병원장은 1년에 장중첩증 환아 10명가량을 진단·치료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그중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신경·혈액계 이상을 유발해 장 유착을 유발할 수 있어 재수술을 부를 수 있다. 장이 유착되면 복통에 시달려 잘 먹지도 크지도 못할 수 있다. 최 병원장은 "장중첩증은 골든타임 내 진단이 핵심인 만큼, 부모가 조금만 더 빠르게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오면 수술 없이도 치료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방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는 진단도, 정복술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지방에서 장중첩증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실려 오면서 그만큼 골든타임이 흘러가, 결국 회맹판 절제와 단장 증후군이라는 고통을 떠안는 아이가 늘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소아외과·영상의학과·응급의학과 중심의 필수인력 지원, 민간 소아청소년병원에 대한 정복술 장비·수가 지원, 지방 응급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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