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 8] 사회성 발달 치료법, 플로어타임 ②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플로어타임 치료법을 통해 자폐 아동에게 사회성 기술을 습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플로어타임의 기본 이론 및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플로어타임은 아동발달학과 전통심리학에 기초한 탄탄한 이론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전문적 치료 접근법인 만큼 이에 대한 핵심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플로어타임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앞둔 실행자에게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플로어타임의 핵심 개념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용어는 플로어타임을 실행하고자 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자폐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들을 이해하는 데도 유익한 개념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어펙션(Affection): 어펙션은 성공적인 플로어타임의 성패를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기준으로, 플로어타임을 실행하는 치료사나 부모님이 아동과의 관계에서 ‘풍부한 감정과 애정을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플로어타임의 실행자가 아동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장면에서 기계적인 반응이나 엄격한 훈육 대신 언어적 표현(말)이든, 비언어적 표현(표정, 몸짓, 목소리 등)이든 풍부한 어펙션을 활용하여 아동과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때 말의 양이나 언어적 정보를 너무 많이 포함하기보다 감정 전달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 자기 조절(Self Regulation):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환경에 맞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 등을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환경이나 대상에 따라 적절한 반응 상태를 조절하는 능력을 ‘자기 조절’이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자기 조절력에 있어 차이가 있는데, 아동이 만 5세까지 자기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언어, 인지, 감각, 사회성 영역의 발달에도 어려움이 생깁니다.
때문에 자기 조절은 플로어타임의 초기에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며, 이러한 자기 조절력을 길러 주기 위해서는 아동이 수용 가능한 감각 방식의 자극 및 감각 처리 패턴에 따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유아기의 경우, 짧은 시간 동안 주의를 집중하거나 얻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는 것 등이 자기 조절력에 해당합니다.
- 감각 처리(Sensory Processing):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아도 저마다 다르게 보이고 들리는 등 수용되고 느껴지는 감각에 차이가 생겨납니다. 이는 사람마다 각 감각기관의 기능과 처리, 민감도 등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특정 감각기관이 유난히 민감하거나 처리 기능에 이상이 있는 아동이라면 똑같은 자극에도 유독 힘들어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의 감각 처리 특성을 잘 이해하고, 수용이 수월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자기 조절력을 발달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 감각과민 반응과 감각과둔 반응(Understanding Hyper and Hypo Sensitivity): 감각 처리의 개인차는 감각 반응에 있어서도 차이를 가져옵니다. 즉, 개인에 따라 특정 자극에는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또 다른 자극에는 과둔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자폐 아동의 경우 이러한 감각 처리에 있어서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해당 아동에게 어떤 감각 처리 특성이 있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때 과민한 아동에게는 비교적 자극이 적고 부드럽게 접근하도록 하며, 과둔한 아동에게는 주의를 끌고 흥미를 자극할 만한 수준의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 통합수행능력(Praxis):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 기능 및 사고력, 수행력 등을 통합하여 자신이 의도한 대로 어떤 일을 실행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를테면 기존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수행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 등을 지금 이 순간에 얻은 감각 정보나 방금 떠오른 아이디어와 접목해 자신의 신체 및 환경을 이용해 수행해 나가는 것이죠.
여러 가지 능력과 기능이 통합되어야 하는 고차원적 역량이 요구되는 만큼, 플로어타임의 실행자는 비록 아동이 실패하더라도 수행을 시도하고 수정하며 해결해 나가도록 곁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며 이 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돕게 됩니다.
- 의사소통의 원(Circle of Communication): 이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의사소통 과정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플로어타임에서는 의사소통의 원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질수록 아동이 다양한 소통 능력과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플로어타임 실행자는 아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능동적이고 즐겁게 반응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때도 언어적인 표현보다 눈빛이나 표정, 목소리나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에 비중을 두고 풍부한 어펙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팔로잉(Following): 팔로잉이란 아동의 요구와 주도를 따라간다는 뜻으로, 아동의 말이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명확히는 수동적이고 표면적으로 아이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이 흥미를 느끼는 놀이 지점과 감정에 함께 정서적으로도 깊숙이 관여해 아동이 플로어타임 실행자를 마치 자기 놀이 세계의 일부로 느껴지게 함으로써, 상호 간에 유대감을 형성하고 더 높은 수준의 플로어타임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 도전과 확장(Challenging & Expansion): 아동과 의사소통의 원이 어느 정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때 계속 비슷한 수준으로 상호작용한다면, 그다음 단계의 발달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순차적으로 발달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수준 높은 상호작용과 새로운 기능으로의 도전과 확장이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아동이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압박을 받으며 수동적으로 임하지 않고 관심과 흥미에 기초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도전하며 확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발달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에게도 도전은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기에, 실패해도 계속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고 지지해 주는 것이 바로 플로어타임 실행자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죠.
- 자기반성(Reflection): 플로어타임은 정답이 없고, 아동의 어려움이나 발달 수준, 개인적 특성 등에 따라 그때그때 그리고 끊임없이 상호작용 내용이나 형태, 놀이 방식 등에 변화와 개선이 요구됩니다. 그만큼 진행자의 주기적인 자기반성도 필수적이며, 진행 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더 중점을 두거나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등등 개인의 한계와 주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점검하며 피드백을 반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발전적인 플로어타임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죠.
플로어타임에 관한 용어와 개념은 다소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폐를 비롯한 발달장애 아동들의 참여와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있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개념이자 실천 지침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자폐 아동의 발달은 어느 지점에 이르면 완성되는 종착지가 있는 여정이 아닙니다. 인간의 발달은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플로어타임을 계획 중이거나 이미 그 여정을 시작한 분이라면, 먼저 본인의 삶에 플로어타임을 적용하는 도전장을 내밀어 보시기 바랍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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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권현정, 김문주(2019). 자폐 아동을 위한 폴로어타임 프로그램. 와이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