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베인, 83만원 공개매수 맞불…영풍, 이사진 형사고소(종합2)
지분 최대 18.0% 확보 예정…최대 3.1조 원 규모
영풍, 고려아연 이사진 형사고소…공개매수가 상향 검토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밑도는 71만3000원에 거래마쳐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저지하기 위해 3조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오는 4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다.
2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한 안건 등을 의결하고 주당 83만원에 최대 18%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무적 투자자(FI)로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연합군으로 함께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 자사주 공개매수에 들어간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19일 영풍 측이 제기한 자기주식취득금지가처분 신청이 전부 기각되면서 고려아연은 모든 법적 제한에서 해제됐다”며 “이에 따라 오늘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기주식취득결정 및 주식소각 결정 등 안건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3만원으로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제시한 75만원보다 8만원 높다. 예정 매입 주식 수는 최대 약 320만주(15.5%)다. 이를 위한 자금 규모는 2조 6634억원이며, 주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의 공동매수자로서 베인캐피탈도 지분 2.5%를 확보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힘을 보탠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연합이 공개매수하는 지분은 최대 18%다. 베인캐피탈은 경영권 등에 관여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크레디트 펀드)로 참여한다.
아울러 이사회에서는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이사회는 총 13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11명이 참석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공개매수 응모주식수는 베인캐피탈과 안분해 매수하고, 전체 응모주식수가 발행주식총수의 약 5.87%에 미달할 경우엔 고려아연과 베인은 이를 취득하지 않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금융기관차입 1조7000억원과 사모사채 1억원을 발행하면서 총 2조7000억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차입으로 회사의 총 단기차입금은 1조5888억원에서 4조2888억원으로 늘었다.
MBK측이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에 대응해 공개매수가를 추가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63% 오른 7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장 고려아연은 단기차입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마지노선인 7%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목적의 공개매수에 찬성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형사 고소했다.
영풍 측은 “자사주의 경우 취득 후 6개월 지나야 처분이 가능하므로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이전 시세로 회귀하는 경향을 감안한다면, 고려아연이 현 공개매수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매입 시 취득한 주식 가치는 최소 4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 의무 위반은 물론,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소각되는 자기주식 취득가격만큼 자기자본이 감소하게 된다”면서 “이 경우 회사의 부채비율에도 악영향이 있으며, 미래의 주주에 대한 배당가능이익의 재원도 줄어들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베인컴퍼니가 소액주주로 참여하게 됨에 따라 자금 회수 과정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주주간계약서는 비밀유지조항으로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베인캐피탈과 주주간 계약서도 없다”고 말했다. 베인과의 계약은 회사의 주주인 최윤범 회장 측과 계약에 해당해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과 대화를 통한 실마리는 열어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영풍의 장형진 고문님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면서 “화해의 제스쳐가 맞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솔직히 지난 3주간에는 오늘만을 보며 살아 내일은 어떻게 될지 많은 고민은 했지만 정확한 계획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경영권을 내드리는 것도 선택 중 하나로 고려를 했다”면서 “다만 고려아연의 미래와 임직원, 협력사, 주주, 국가를 위해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공개매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차적 목표는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것이고 그리고 영풍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면서 고려아연을 성장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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