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만에 털썩…삼성전자, 반도체 부진에 예상치 밑돌아
전영현 부회장 "기술 경쟁력 복원 우선 과제"
삼성전자가 3분기 시장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기대치를 대폭 낮췄는데, 실제 성적은 낮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했다. 원인은 반도체다. 성과급 충당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에 더해,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이에 삼성전자 경영진은 처음으로 사과 성명을 내며 대대적 쇄신을 예고했다.
영업이익 다시 한 자릿수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6.6% 증가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2.8% 감소해 사실상 '어닝 쇼크' 수준이다. 지난 분기 넘어섰던 10조원의 벽도 넘지 못했다.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을 80조9003억원, 영업이익을 10조7717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전망 평균치가 20% 이상 하향조정됐음에도, 전망치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실적 주요 하락 요인에 대한 설명 자료를 내놨다. 삼성전자가 꼽은 실적 부진의 원인은 반도체다. 서버·HBM 수요는 견조했지만,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과 비우호적인 환율 영향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의 실적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확대한 바 있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한다. 올초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목표치를 11조5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OPI 비율을 0∼3%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다. 이번 3분기에는 내년 초 지급할 OPI 비용으로 약 1조5000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HBM의 성과가 저조했던 것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HBM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납품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HBM 경쟁력 찾아야"
증권가에서는 올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이 약 5조4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2주(9월24일~10월7일) 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를 낸 9개 증권사의 DS부문 영업이익 평균치는 약 5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전망한 곳은 하나증권이었다. 하나증권은 DS부문 3분기 영업이익을 5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감소는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이 주요인"이라며 "성과급 및 노조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전 분기 대비 감익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HBM 경쟁력 입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엔비디아라는 특정 고객사 매출이 아니더라도, 견조한 AI 수요를 감안하면 HBM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 및 사용처는 다변화될 전망"이라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HBM 매출 확대를 통해 DRAM 가격을 차별화한다면, 해당 경쟁력에 대한 입증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가장 높은 영업이익(5억9600억원)을 전망한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주가가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HBM3E 양산에 대한 실망감, HBM 공급 과잉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고점 대비 30% 급락했다"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의 경제 위기 시기, 영업적자 전환 우려가 있던 2022년의 최하단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주가에는 시장의 우려들이 충분히 반영됐다"며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시작하거나 D램 업황이 양호하다는 안도감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전영현 "재도약 계기 삼겠다"
다만 4분기에도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이 크게 회복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시장의 기대가 쏠리는 것은 여전히 '엔비디아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 통과'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의 성과 확인이 주가 반등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HBM3E 8단을 3분기, 12단 제품은 연내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경영진이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도 빠른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날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부진한 실적과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해 사과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한다"며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이는 저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전 부회장은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자신하며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제언했다.
특히 현재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기술 경쟁력 확보를 가장 먼저 앞세웠다. 전 부회장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잠정 실적은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실적설명회를 통해 사업본부별 세부 실적을 발표하고, 경영 현황 등 주주들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대한 답변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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