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전 日 총리 "러 패배 생각할 수 없다… 우크라 지원 재고해야"

김태훈 2023. 1. 2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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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01년 일본 정부를 이끈 모리 요시로(森喜朗·83) 전 총리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편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리 전 총리는 이날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해 "(일본이)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힘을 쏟아도 괜찮은가"라며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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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우크라 편들면 일·러 관계 무너져"
노골적 '친러시아' 발언으로 구설 올라
2000∼2001년 일본 정부를 이끈 모리 요시로(森喜朗·83) 전 총리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편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모리 전 총리는 지난해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탓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고통에 빠져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가 구설에 휘말린 바 있다.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일본이 올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주도해야 하는 입장이란 점을 감안할 때 모리 전 총리의 언급은 일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리 전 총리는 이날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해 “(일본이)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힘을 쏟아도 괜찮은가”라며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러시아와 관계를) 쌓아서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그가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편들면 일·러 관계가 붕괴할 것’이란 인식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일·러 관계가 여기까지 왔다’는 모리 전 총리의 언급은 일본의 숙원인 북방 4개 도서 반환을 위한 협상이 순항 중이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소련(현 러시아)은 당시 일본 영토이던 남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무단으로 점령했다. 일본은 이 4개 도서를 돌려받는 것을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1950년대부터 소련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017년 7월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와 만나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 두 사람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모리 전 총리가 재임하던 2001년 일본과 러시아는 ‘남쿠릴열도 4개 섬 중 2개섬(하보마이 제도와 시코탄섬)의 반환을 명기한 1956년 일·소 공동선언은 유효하다’는 내용의 이르쿠츠크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모리 전 총리는 이를 푸틴 대통령과 자신의 우정에서 비롯한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일본이 G7의 일원으로서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자 러시아의 태도가 바뀌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일본의 태도가 적대적”이라며 “남쿠릴열도 4개섬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모리 전 총리의 친러 성향이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 행사에서 “왜 푸틴 대통령만 비판을 받아야 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겐 아무런 비판도 가하지 않는가”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에 휘말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총리를 향해서도 “미국 편만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민당 극우파의 원로로 꼽히는 모리 전 총리는 평소에도 상식에 어긋나거나 선을 넘은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곤 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2021년 3월의 이른바 ‘여성 비하’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이사회에 참여하는 여성 이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모리 전 총리는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그는 결국 조직위원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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