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의제기 총 660여건…영어 23번, 사설 문제 흡사해 논란(종합)
마감 직전 기준 영어 345건, 사탐 113건, 국어 70건 등 이의 신청
(세종·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김수현 서혜림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 일부 문항이 대형 입시업체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마감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3학년도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을 보면 100여 명이 넘는 수험생이 영어영역 23번 문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논란이 된 23번 문항은 지문을 읽고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을 찾는 3점짜리 문제다.
해당 지문은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펴낸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했다.
이의신청자들은 이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며 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보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한 이의신청자는 "수험생 중에는 사설 문제지를 사지 못하는 학생도 있으며 학원에 다닐 형편이 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며 "그러나 이미 한번 풀어보고 해설 강의를 들어본 학생들은 지문을 해석하고 분석하지 않아도 문제를 빠르게 풀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며 해당 문제가 사교육 입시 강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시중에 출판된 문제집은 미리 확인해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지만, 강사들이 개별적으로 강의 시간에 제공한 문제는 확인이 어려워 같은 지문이 활용됐다는 것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이 여러 문제를 준비해서 들어오고 1명이 출제한 문제가 최종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다"며 "출제위원들이 모평 문제집까지 다 검토해서 문제를 내고 시중 문제집도 확인하는데 선생님들이 개별적으로 강의하는 것까지는 다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평가원은 수능일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올해 수능 문제·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은 결과 총 660여 건의 글(중복 포함)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중복 글과 서버에 남은 글 등을 분류해 다음날 정확한 수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이의 신청 건수는 '불수능'이라 불렸던 2022학년도의 1천14건보다 적지만 2021학년도 수능(417건)과 2020학년도 수능(344건) 때보다는 많다.
마감 시각 직전(오후 5시 58분 기준·총 649건)을 기준으로 영역별 이의 신청 건수를 보면 ▲ 영어 345건 ▲ 사회탐구 113건 ▲ 국어 70건 ▲ 수학 54건 ▲ 과학탐구 39건 ▲ 한국사 14건 ▲ 제2외국어·한문 11건 ▲ 직업탐구 3건의 순이었다.
특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10여 건에 불과하던 영어 23번 문항 이의신청 글은 마감 시각 즈음에는 105건이 됐다.
영어 듣기평가 품질이 불량하다는 지적도 150건 이상 쏟아졌으며 그 중에서도 인천시 계양구 효성고 시험장의 듣기평가 음질에 대한 민원이 63여 건 넘게 접수되기도 했다.
이들은 "스피커 음질이 좋지 않아 지문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시험장에서 적절한 대처를 해주지 않았다"며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이외에도 수학 12번 문제에서 n을 자연수라고 지칭한 점이, 특정 자연수인지 자연수 전반에 해당하는지 헷갈렸다는 민원이 43건 올라왔고, 국어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 40번 문제의 선택지가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20건 접수됐다.
과학탐구에서는 화강암의 반감기를 묻는 문항(지구과학Ⅰ 19번)에서 초기함량 값을 주지 않아 동등한 비교가 불가능했다는 지적 등이 12건 올라왔다.
사회탐구에서는 '송'나라를 언급한 문항(동아시아사 10번)에서 '송' 부분이 '남조의 송'인지 '조광윤이 건국한 송'인지 구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22건 나왔다.
평가원은 이의신청 의견들을 심사해 29일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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