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리자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
부부가 마라톤… 난임 극적 해소
2014년 결혼한 동갑내기 정영준(44)씨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애를 썼다. 34세 만혼(晩婚)이라 서둘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36세에 난임 판정을 받았다. 자연 임신은 어렵다는 주치의 의견. 시험관 시술로 방향을 틀었지만 좀처럼 희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10여 번 시도했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어느덧 40대 중반. 정씨는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고 했다.
정씨는 2021년 무렵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좋은 몸을 만들어야 아이도 가질 수 있다는 주위 권고를 따랐다. 임신 기간 중 아내를 도울 체력을 기르자는 목표도 있었다. 정씨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날들이었다. 사실 그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아내도 의기투합해 함께 뛰었다.
처음에는 2㎞만 뛰어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부부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인터벌 러닝(빨리 뛰었다 천천히 뛰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으로 단련했다. 2㎞가 3㎞가 되고, 3㎞가 10㎞가 됐다. 어느덧 지난해 서울 하프마라톤에선 1시간 45분 51초 기록으로 21.0975㎞ 완주에 성공했다. 작년 가을 춘천마라톤 풀코스 42.195㎞도 4시간 2분에 뛰어냈다. 아내도 10㎞ 정도는 거뜬히 뛸 수 있는 체력을 길렀다.
올해 1월 주치의에게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다. 건강 상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 달리기 힘인가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거짓말처럼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 이제 임신 초기를 지나 안정기에 돌입했다. 태명은 사랑이라고 지었다. 사랑을 많이 받고 많이 나누라는 뜻이다. “계속 고비 또 고비지만 아내도 아기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저도 옆에서 함께 둘을 지키기 위해 뭐든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27일 오전 서울 하프마라톤 완주를 마친 정씨는 “작년 서울 하프마라톤은 인생 터닝 포인트였다. 올해 다시 이 코스를 뛰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날도 1시간 38분 3초에 완주했다. “조금 일찍 기온이 높아진 탓에 더위와 싸워야 했던 대회였네요. 힘들었지만 엄마와 아가 건강을 기원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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