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43] <인투 더 월드> (Migration,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숲에는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으로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아빠 청둥오리 '맥'(쿠마일 난지아니/엄상현 목소리)과 '말러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안락하고 안전한 연못에서 가족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이 그저 행복했던 '맥'은 바깥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는 아내 '팸'(엘리자베스 뱅크스/김은아 목소리)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말러드' 가족은 따뜻한 남쪽 나라 자메이카를 향해 이동 중인 오리 떼를 만난다.
'맥'은 이 오리 떼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지만, 대담하고, 개방적인 성격의 '팸'은 아이들이 연못 너머의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가족들의 등쌀에 휘말려, '맥'은 어쩔 수 없이 자메이카로 향하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폭풍우로 인해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청둥오리를 잡아먹는다는 왜가리 '에린'(캐롤 케인/김예령 목소리)을 만난다.
'에린'은 남편과 사는 자신의 판잣집으로 '말러드' 가족을 유인하고, 가족들은 '에린'의 선의를 경계한다.
다행히 '왜가리'는 '맥'의 아이들인 '댁스'(캐스퍼 제닝스/이준서 목소리)과 '그웬'(트레시 가잘/이정헌 목소리)을 메기로부터 구해내며 자신들의 '선의'를 증명한다.
이후, '말러드' 가족은 뉴욕에 도착하지만, 이곳엔 온갖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맥'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하루하루 모험을 지속하고 변화해 간다.
'팸'도 닥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는 '맥'과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면서 강단 있게 가족들을 리드한다.

<인투 더 월드>는 <슈퍼배드>, <씽>, <미니언즈> 시리즈는 물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13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애니메이션 명가임을 입증한 '일루미네이션'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철새의 이주를 의미하는 원제 'Migration' 답게, 영화는 '말러드' 가족이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 자메이카로 떠나는 모험을 통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가족 관계, 부모가 자녀들 돌보는 것 등 인생의 여러 측면을 살펴볼 수 있으며,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날 때 가족이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아낸 것.
그들이 여러 위험 요소에서 보여주는 '용기'는 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영화는 계속해서 설파한다.
여기에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 특히 '맛있는 오리 요리'를 위해 오리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올 수 있는 딜레마를 작품의 후반부 '메인 빌런'을 통해 담아냈다.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는가에 대한 딜레마는 최근 할리우드가 꾸준하게 제시하는 이슈다.
넷플릭스로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년)가 도살장으로 향하는 '슈퍼돼지'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대목,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치킨 런: 너겟의 탄생>(2023년)에서 맛있는 치킨을 만들기 위해 닭들의 정신을 교란하는 대목이 <인투 더 월드>에서도 비슷하게 그려진다.
다만,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영화는 이 딜레마를 '가족의 탈출기' 그 이상으로 그려내진 않는다.

한편, <인투 더 월드>는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2012년)으로 화제를 모은 벤자민 레너 감독의 신작이다.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파스텔 색감의 영상미와 다른 종 사이의 화합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던 작품이었다.
이후 연출한 <빅 배드 폭스>(2017년)도 액자식 구성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2D 애니메이션으로 43회 세자르영화제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2D 애니메이션을 연출해 왔던 그에게 3D 스타일은 분명 차이가 있는 도전이었다.
그는 "경직된 레이아웃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가 마치 마법을 부린 것처럼 디테일들이 더해지고 변화하는 전반의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놀라웠다"라고 밝히며 애니메이터들을 칭찬했다.
작품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건 주인공인 오리의 외관과 그들의 행동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일이었다고.
제작진은 스튜디오로 오리들을 데리고 와 그들이 수영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밖으로 뛰어내리는 방법까지 모두 관찰했다.
오리들이 중심에 서고 제작진이 주변을 둘러쌌던 경험이, <인투 더 월드>에서 오리들이 도시를 탐험하며 겪었을 놀라움을 그리는데 가장 크게 일조했다고.
영화의 또 다른 성과는 시각적 단절 없이 캐릭터들의 광대한 장거리 비행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있겠다.
'말러드' 가족이 하늘을 날며 이동하는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이 높은 곳에서 아래의 모든 것들을 내려다보게 만드는 독특한 시각적 이점을 받는다.
게다가 새들에게 혼란을 주는 뉴욕의 마천루가 오히려 관객에게 불쾌함마저 들게 해주는 마법을 보여준다.
2023/12/28 CGV 용산아이파크몰
- 감독
- 벵자맹 레네
- 출연
- 쿠마일 난지아니, 엘리자베스 뱅크스, 아콰피나, 키건 마이클 키, 캐롤 케인, 대니 드비토, 데이빗 미첼, 엘리야스 엠바렉, 제이슨 마린, 벵자맹 레네, 마이크 화이트, 자넷 힐리, 크리스토퍼 멜레단드리, 엘리자베스 뱅크스, 나이아 쿠쿠코브, 키엘 머레이, 카렌 로즌펠트, 존 파웰, 크리스찬 가잘
- 평점
-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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