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갈끄니까~' 스타링크가 들어오면 생길 일

이름부터 멋진 스타링크. ‘괴짜 재벌’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회사 ‘스페이스X’가 하고 있는 위성인터넷 서비스다. 머스크 유명세에 스타링크 역시 국내에도 이름은 알려져 있었는데, 바로 그 스타링크가 내년에 한국에 들어온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드디어 악명높은 국내 이동통신 3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럴까. ‘스타링크가 좀 있으면 한국에 도입된다던데 뭐가 달라지는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수요가 많지 않을 거라고 보는 거죠.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겠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스타링크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도 곧바로 우리 생활이 달라질 가능성은 아주아주 희박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터넷망이 충분히 깔려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일반 사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이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건 단기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일 뿐, 길게 보면 스타링크 서비스가 대중화 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인터넷은 광케이블을 매립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 반면 스타링크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우주에 띄운 위성으로 신호를 주고 받는 ‘위성인터넷’ 방식이다. 위성을 이용하니, 인터넷 선 없이도 수신장치만 있으면, 사막에서도 바다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스타링크를 쓰는 전세계 가입자 400만명 중 최소 4분의 1쯤은 미국 가입자인데, 그 이유가 미국의 경우 땅이 넓어 광케이블 등 인프라 설치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라면 상황이 정반대에 가깝다. 국토 자체가 좁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구석구석 유선 인터넷망을 설치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아주 극소수의 산악지역만 빼면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심지어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무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니 사실 스타링크의 최고 장점인 ‘어디서나 인터넷’이 빛을 발하긴 어려운 것.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지상망이 거의 다 커버하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커버가 안 되는 데를 대상으로 하든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보는”

두 번째 이유는 가성비. 현재 스타링크 홈페이지가 소개하는 개인용 플랜 가격은 월 120달러. 현재 환율로 16만8000원이 넘는다.

해외여행 등에 쓸 수 있는 이동형 플랜은 월 50달러(약 7만원)에서 160달러(약 23만원), 바다에서 쓸 수 있는 해상용 플랜은 250달러(약 35만원)에서 무려 1000달러(약 140만원)까지 한다. 게다가 최대 초당 220MB 정도로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유선망과 달리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실 스타링크가 유명세를 탄 건 우크라이나 전쟁 덕이었는데, 전쟁 초반 러시아군이 기존 인터넷 설비를 다 파괴했으나 스타링크 덕분에 우크라군이 다시 통신망을 쓸 수 있었다.

근데 이 말을 뒤집어보자면, 전시도 아니고 이미 인터넷망도 충분한 한국 같은 나라에선 비싼데다 빠르지도 않은 스타링크를 쓸 이유가 없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정부가 막아놓은 사이트를 VPN 없이 들어간다는 정도랄까. 하지만 한국이 중국도 아니고 굳이?? 싶긴 하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텐데, 그럼 스타링크는 전망도 밝지 않은 한국 시장에 왜 들어오려는 걸까.

우선은 기업 시장을 노렸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먼 바다로 나가는 해양산업이나항공 분야 기업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들은 기존에도 위성인터넷을 쓰고 있었는데, 적도 3만5786㎞ 상공에 정지한 상태로 떠있는 고궤도 위성 1개를 쓰는 기존 위성인터넷과 달리, 스타링크는 이보다 훨씬 낮은 550㎞ 상공에 떠있는 수천개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수십배나 빠르다.

현대기아차처럼, UAM(도심항공교통)나 자율주행차에 관심 있는 기업을 설득해볼 여지도 있다. 이런 기술은 무선으로 빠르게 대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현재의 5G보다 20배쯤 빠른 6G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걸 구축하는 데 적합한 게 스타링크 같은 초고속 위성인터넷이라는 것.

물론 이건 현재까지 얘기. 스타링크는 2030년까지 현재 보유한 위성 6700개를 4만개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게 진짜로 실현되면 속도와 가격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그때는 한국에서도 다수가 스타링크로 인터넷을 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사실 그동안엔 이렇게나 많은 위성을 미국 정부가 승인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우세했는데,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이 마당에, 스타링크의 위성 4만개가 대수일까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