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캐스팅에 압도적 1위할줄 알았는데...결국 막장으로 간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9·10회: 욕망의 끝은 화마인가, 개연성의 실종인가

tvN 토일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극본 오한기, 연출 임필성)이 후반부에 접어들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방송된 9, 10회에서는 주인공 기수종(하정우 분)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세윤빌딩이 전소되고, 주요 인물들이 대거 사망하는 이른바 '몰살 엔딩'에 가까운 전개를 보였다.

비극의 정점, 세윤빌딩의 함락과 민활성의 최후

10회 방송의 핵심은 욕망의 집결지였던 세윤빌딩의 몰락이었다. 기수종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건물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리얼캐피탈의 압박과 주변 인물들의 탐욕이 얽히며 비극을 맞았다.

장희주(류아벨 분)의 의문의 죽음 이후 살인 용의자로 몰렸던 기수종은 결백을 입증하기도 전에 더 큰 혼돈에 직면했다. 옥상에서 기다래(박서경 분)를 인질로 잡고 대치하던 전이경(정수정 분)은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드러냈고, 이를 저지하려던 남편 민활성(김준한 분)은 결국 아내를 구하고 추락사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특히 '부동산 큰손' 전양자(김금순 분)마저 오동기(현봉식 분)의 오인 사격으로 목숨을 잃으며, 드라마는 초반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완전히 지우고 잔혹한 서스펜스 스릴러로 탈바꿈했다.

장르의 표류: 블랙코미디에서 정체불명의 잔혹극으로

드라마는 초반 '영끌 건물주'의 고달픈 현실을 풍자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며 납치, 감금, 살인, 대규모 화재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잇따라 투입되면서 극의 중심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기수종이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고, 냉철한 전략가처럼 묘사되던 인물들이 감정적인 폭주를 일삼는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겼다. 부동산 시장의 민낯을 다루겠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후반부의 전개는 개연성보다는 '충격을 위한 충격'에 매몰된 모양새다. 특히 요나(심은경 분)의 이중적인 면모와 체포 과정은 긴박함보다는 기괴함에 가까웠다.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TV 드라마의 한계를 넘지 못한 아쉬움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하정우, 임수정, 김남길 등 영화계의 굵직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며 방영 전부터 '영화 같은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임필성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은 매회 돋보였으나, 16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끌고 가기에는 서사의 밀도가 지나치게 파편화되었다.

차라리 이 작품이 2시간 남짓의 스릴러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적 문법으로 압축된 호흡 속에서 광기 어린 인간들의 군상을 그렸다면, 현재 드라마가 겪고 있는 '늘어지는 전개'와 '과잉된 감정선'은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으로 승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10회 기준 시청률 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성적표는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초라한 결과다. 자극적인 전개로 시청률 반등을 꾀했으나, 오히려 '건물주 되는 법'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는 식의 장르 변모는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남은 회차 동안 드라마가 이 잿더미 위에서 어떤 유의미한 메시지를 건져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