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잘못 밟은 차에 치여… 4명에 새삶 선물하고 떠난 막내딸

출근길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고 박래영씨.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꿈 많던 26세 소녀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3일 서울 고대구로병원에서 박래영씨(26)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9월18일 출근을 위해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운전자가 서류를 줍는다며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차에 치여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됐다. 하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좀처럼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딸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그날 4명이 다쳤는데 박씨를 제외한 3명은 가벼운 찰과상에 그쳐 슬픔은 더 컸다.

한달 넘는 시간을 의식 없이 쓰러져 있던 박씨를 보며 가족은 결국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왔다는 것을 알았고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박씨었기에 다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장기기증을 본인 역시 선택했을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경기 안양시에서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나 밝고 활동적이며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시간이 생기면 헌혈과 봉사를 하는 등 베푸는 마음씨가 아름다웠던 소녀였다. 또 연구소 회계 업무 및 동물병원, 요식업 등에서 일을 하며 자기 계발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일하는 성실한 성격이었다.

박씨의 어머니 이선숙씨는 "래영아, 엄마가 하늘나라 편지(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너에게 글을 쓰고 있어. 네가 그랬잖아. 파랑새 엽서를 엄마한테 써주면서 파랑새처럼 행복하게 살라고, 엄마도 파랑새처럼 살 테니까 너도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재혁 기자 choijaehye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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