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 한글로?…유인촌 "세종대왕 동상 앞 한문현판 어색. 한글현판 논의 진전되길"

김미경 2024. 9. 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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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10 한글주간 행사 풍성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문화행사 개최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 한글문화산업전, 학술대회까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글주간 브리핑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광화문. 한국관광공사 제공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글주간 브리핑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78돌을 맞은 한글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광화문 한글현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글주간 브리핑을 갖고 "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을 모셔놓고 현판을 한문으로 한 것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한글로 바꾸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제안해 더 많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으나 크게 진전이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원형복원과 보존이 중요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한글의 중요성도 예전보다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 광화문 한문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을 보면 한글현판으로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유 장관은 지난 5월 14일 세종대왕 탄신일 기념행사에서 광화문 한자현판을 한글현판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역사적 의미를 보존할 수 있도록 원형대로 한문현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공간인 광화문에 한글현판을 달아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유 장관은 올해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 한글현판 교체 논의를 재점화했다. 유 장관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다 없는 것으로 하고 하자는 것은 아니다. 변화에 따른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글현판에 쓰일 글자로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글자를 따서 만든 현판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광화문 한글현판 논의를 비롯해 올해 한글주간을 기념하고 홀대받고 있는 한글의 실태를 돌아보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4일부터 10일까지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괜찮아?! 한글'을 주제로 '2024 한글주간'을 개최한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국립국어원과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가 4일 오후 3시, 경복궁 흥복전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578돌 한글날 계기로 우리 말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확하고 품격 있는 우리말 사용을 장려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기획했다. 권역별 예선 통과자 120명과 외국인 받아쓰기 대회 참가자 등 특별 참가자 10명을 포함해 총 130명이 실력을 겨룬다. 시상 규모*는 으뜸상 1명과 버금상 2명, 보람상 3명, 특별상 2명이다.

'2024 한글주간' 개막식은 4일 오후 5시 30분, 광화문광장에서 한글 및 국어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식전 행사로 전문 성악가와 지역 합창단이 순우리말 공연을 선보이고 본행사에서는 전 세계 세종학당 졸업생과 재학생, 유명 콘텐츠창작자들의 축하 영상과 함께 한글 창제 이후 훼손되고 있는 우리 말글의 현실과 이를 지키고 가꾸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영상과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개막식에서는 '제43회 세종문화상'도 시상한다. 세종문화상은 세종대왕의 위업과 창조정신을 계승하고 문화창달을 장려하고자 1982년에 제정. 한국문화, 예술, 학술, 국제문화교류, 문화다양성 등 5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자를 선정해 대통령 표창과 부상을 수여하는 상이다.

문체부는 또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공식적인 정부 기념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세종대왕 나신 날'에 세종문화상을 시상할 계획이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가상 한글 서당 체험과 뮤지컬 '이도', 한글 패션쇼, 인형극 '한글과 세종대왕', 앙부일구(해시계) 만들기, 뮤지컬 뒷풀이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5일과 6일에는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와 연계한 '화개장터' 공연이 준비돼 있다.

학술대회도 함께 열린다. 4일 한글학회 강당에서는 '광복 이전의 한글'을 주제로 광복 이전 한글의 문법과 어휘연구를 살펴보고 우리 말글의 현실을 바탕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는 7일과 8일, '우리 말글 존중의 근본 사상과 우리 말글의 발전 방향', '한글의 아름다움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연구발표와 강연을 진행한다.

'한글문화산업전'은 광화문광장(4~5일), 국립한글박물관 별관(4~10일)에서 개최한다. 올해 전시에서는 '한글에 물들다'를 주제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조명하고, 다양한 문화산업에의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신진 작가의 작품과 한글 콘텐츠로 상품화한 작품을 전시하고 인공지능 멋 글씨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운영한다.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장(별관)에서는 한글 식기와 한글 보석함 등 일상 생활용품 90여 점과 회화, 조각 등 예술로 승화된 한글 작품 10여 점을 전시한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품과 신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글이 디지털 시대와 미래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올해 '한글주간'에는 국립국어원과 국립남도국악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국의 국어문화원, 지자체 등도 함께한다. 국립국어원은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를 365명의 목소리로 완성한 소리책(오디오북)을 들어보는 행사를 진행한다. 국립남도국악원은 9일, '세종이 꿈꾸는 세상'을 주제로 세종의 애민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하고,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한글날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잔디광장에서 전통 공연과 한글 체험행사 등을 진행한다. 문자를 소재로 한 첨단과학과 현대 무용이 만나는 공연도 박물관 1층 로비에서 펼쳐진다. 강원대 국어문화원과 한양대 국어문화원 등 전국 21개 국어문화원도 한글날 큰잔치와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기관 간판 사진 공모전 등 어린이와 외국인,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한글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서울시는 한글날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서 전문가와 함께하는 한글 창제 원리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세종시는 국립어린이박물관, 박연문화관 등에서 10월 한 달 동안 한글 문화도시 세종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한글문화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8일에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외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제1회 세종한글대전'을, 9일에는 세종호수공원에서 세종축제와 연계한 한글날 경축식을 진행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글주간' 문화행사도 진행된다. 세종학당재단은 6일부터 12일까지 우수학습자를 초청해 한국문화 체험, 한글 및 한국 역사 현장 탐방을 진행한다. 7일에는 한국어 말하기 및 쓰기 대회 결선을 열어 최종 우승자(2명)에게 문체부 장관상을 수여하고 장학연수를 지원한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한글발전유공 포상자와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수상자를 초청해 서울 일대에서 문화연수를 진행한다. 참석자들은 한옥마을과 경복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을 방문하고 '한글주간' 문화행사와 '한글날 경축식'에 함께할 예정이다.재외 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도 '한글주간'과 '한글날'을 계기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주남아공한국문화원 등 22개국 한국문화원은 '우리말 골든벨', '한글 작명소 부스' 등 행사와 전시를 개최하고, 몽골과 보츠와나, 베트남 등에 있는 세종학당은 K-팝 행사와 멋 글씨 배우기, 한식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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