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영, 앞으로 더욱 빛날 '개콘'의 소녀가장 [한복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영국의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영국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곱상한 외모 탓에 거친 플레이스타일과 과감했던 축구 실력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베컴의 일화는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는 나현영을 보며 '수려한 외모 덕에 연기력과 순발력이 저평가되는 건 아닐까' 하고 다시금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개그콘서트'의 소녀 가장이라 불리며 활약 중인 코미디언 나현영의 이야기다.
앞서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전설이 돌아온다'라는 슬로건 하에 지난 2023년 11월 3년 만에 시청자들의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1999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개콘'은 2020년 6월 26일 1050회를 마지막으로 잠정 휴식기를 가지기까지 21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 공개 코미디의 표준을 세우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바 있다.
나현영은 KBS 33기 공채 개그맨으로 돌아오는 '개그콘서트'에 합류했다. 합류와 동시에 '볼게요', '최악의 악'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차차 이어지던 활약은 '미운 우리 아빠' 코너에서 터졌다. 코너명 대로 철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일찍 철든 딸이 그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의 코너다. 오민우와의 호흡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코너의 후반부에는 웃음을 터트리는 인물이 아빠에서 백치미 있는 여고생 나현영으로 바뀌는 변주까지 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처음에는 걱정했다. 그동안 연기만 잘하는 코미디언으로 비칠까 두려웠다. 그러던 중 선배들이 용기를 줬다. 제가 뭘 하든 코미디언으로 봐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시더라"라며 "처음 제가 웃기는 역할을 하게 됐을 땐 바보 같은 이미지를 이어가고 싶었다. 제가 '할머니가 제주도 사는 게 아니라 서귀포 살잖아'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게 현장에서 정말 크게 터졌다. 거의 마지막 녹화 즈음이었는데, 그 이후로 '미운 우리 아빠' 코너가 더 이어지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미운 우리 아빠'가 막을 내린 후 나현영이 합류한 코너는 '챗플릭스'였다. '챗플릭스'는 오픈 채팅방에 참여한 관객들이 직접 쓴 말들로 진행되는 소통형 개그를 선보이는 코너. 박성광, 박성호, 송준근, 정범균 등이 함께 이끌고 있으며 매 순간이 애드리브로 진행되기에 순발력과 센스가 필수다. 나현영은 "'챗플릭스' 선배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코미디언 나현영에게 가장 감사한 코너이자, 동시에 저를 상승시켜주고 있는 코너다"라고 전했다. 그는 "고정된 첫 무대를 잊지 못한다. 저도 정말 재밌게 봐오던 코너였는데, 제가 어떻게 천재 선배들과 거기에 함께 하겠냐"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박성광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저보고 정말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절 보면 마음이 놓인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챗플릭스'로 복귀한다고 했을 때, 뛰어나가서 반겼다. 박성광 선배가 제 데뷔 코너 '볼게요'를 보면서 용기가 났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후 '챗플릭스'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바. 나현영은 "박성광 선배뿐 아니라 박성호 선배와 붙으면서 배우는 게 많다. 전 무대 위에서 제 스스로와 싸우려 올라간다. 제 한계치를 보고 싶다. 무대를 올라가고 나면 늘 레벨 업하는 기분이다"라고 코너에 합류한 소감을 전했다.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은 지난 8월 23일 진행된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의 국제코미디페스티벌로, 지난 2013년 처음 시작된 행사다. 나현영은 "개막식 때 33기로 입장했다.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미녀 개그우먼으로 나간다더라. 저를 5년 만에 미녀 개그우먼의 계보를 이어간다고 소개해주시는데, 민망할 때도 있다. 어딜 대표로 나갈 때마다 너무 떨린다. '개그콘서트'에서 보내는 곳은 너무 떨리는 것 같다"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부산에 이어 지난 5일에는 '개그콘서트' 팀이 일본 도쿄에 위치한 제프 하네다에서 '개그콘서트 in JAPAN'을 선보이고 왔다. 그는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는데, 너무 잘하고 왔다. 기대이상이었다. 다들 서로 의지하면서 잘 마무리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지주 코미디언 정태호를 언급하기도. 나현영은 "제가 한 명 한 명 실제 마음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정태호 선배가 '현영아 나 못 나가겠다'라며 간절하게 '잘하고 싶다. 웃기고 싶다'라고 하더라. 5초 후 나갔는데, 아버지 같은 뒷모습과 무대에 나가 굳건하고 멋진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나현영은 "내가 사랑하는 정신적 지주 정태호가 아니라 코미디언 정태호를 처음 본 것 같다. 뭉클했다. 또 한 번 존경스러웠다"라고 덧붙였다.
초반 '개그콘서트'의 유튜브에 달린 나현영 관련 댓글에는 외모에 대한 칭찬이 많았으나, 점점 실력에 관한 칭찬이 늘어나고 있다. 그는 "제일 많이 듣던 질문이 '이쁘고 싶냐? 웃기고 싶냐?'다. 이제는 웃기고 싶다고 말해도 점점 코미디언의 모습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노력하는 모습을 봐주시니 저도 제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 더 놓겠다"라고 다짐했다.
지난 2023년 12월 신인이던 나현영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믿고 보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점차 달성해가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제 불안하진 않은 것 같다.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 제 코너를 볼 때 믿고 보는 나현영이라고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하시는데, 제가 그렇게 말해왔기에 그런 반응이 생긴 것 같다. 제가 냉정하게 판단해 봤을 때 이제 불안하지 않을 정도는 된 것 같다. 믿고 볼 수 있게 만드는 게 내년 목표다. 코너 검사를 받으면서 아직 NG를 낸 적도 없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이쁘다는 말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걸 위해 더 꾸미거나 치장하진 않는다. 1년 동안 시술도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라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나현영은 "성형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많이 온다. 그런데 제가 겁이 너무 많다. 언젠가 할 수도 있겠지만, 성호 선배처럼 쌍꺼풀을 집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 저는 5년까지는 수술 생각이 없다. 그 시간에 개그를 더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나현영은 자신의 지난 1년에 대해 "혼자서도 빛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에는 이 코너에서 빛날지, 누군가와 만나 잘될지를 시청자 분들이 봐주셨지만, 이젠 저를 더 주목해서 봐주신다"라며 "이젠 '혼자 빛날 수 있다'는 걸 배운 것 같다. 이젠 '얼마나 더 빛나나'를 생각해 보고 더 도전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자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개그콘서트 | 나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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