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를 식물이라 하지 마라”···2024 KIA의 ‘미친 남자’는 김태군이었다[KS4]
김태군(35·KIA)은 삼성과 한국시리즈에 돌입하며 “내가 수비만 하는 ‘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태군은 공격력이 빼어나진 않다. ‘공격형 포수’가 각광받는 시대를 어렵게 버텨온 포수 중 한 명이다. 2008년 1군에 데뷔해 통산 타율은 0.250, 32홈런에 337타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포스트시즌에도 총 27경기 출전해 타율 0.239(67타수 16안타)에 머물렀다. 9타점을 쳤고 홈런은 한 개도 없었다.
흔한 포수들처럼 하위타선에 배치되지만 강타선 KIA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하다보니 ‘식물’이라는 놀림의 소리를 많이 들었던 김태군은 처음으로 ‘우승 포수’를 노리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단단히 각오했다.
20대 시절 NC에서 뛰었던 2016년 이후 8년 만에 KIA에서 다시 나간 한국시리즈에서 김태군은 KIA의 미친 남자로 올라섰다.
김태군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3-0으로 앞서던 3회초 2사 만루 삼성 두번째 투수 송은범의 2구째 슬라이더가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그대로 받아쳤다. 타구는 좌측 폴 바로 안쪽에서 관중석을 넘어갔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만루홈런이 나온 것은 1982년 김유동(OB), 2001년 김동주(두산), 2012년 최형우(당시 삼성), 2017년 이범호(KIA) 이후 김태군이 5번째다. 김태군이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만루홈런은 데뷔 이후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다. 생애 첫 만루홈런을 한국시리즈에서 쳤다. 역대 내로라 하는 홈런 타자들만 쳤던 한국시리즈 만루홈런은 2017년 KIA와 두산의 5차전에서 이범호 KIA 감독이 친 이후 7년 만에 나왔다.
‘식물’을 탈피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김태군은 1차전에서 2루타 포함 2안타 1타점, 2차전에서 2루타로 1타점을 기록했다. 중요한 쐐기 타점을 올리면서 ‘낯선 활약’을 펼치더니 4차전에서는 만루홈런 뒤 5회말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까지 2안타를 터뜨리고 4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6타점으로 ‘슈퍼스타’ 김도영(5타점)도 넘고 양 팀 통틀어 최다 타점을 올리고 있다.
김태군은 “친 순간 넘어간 줄은 알았는데 제발 (폴 밖으로) 휘지 말라고 열댓번 외쳤다. 너무 기뻤다. 데뷔한 이후, 프로 지명됐을 때와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됐을 때에 이어서 인생에서 세번째로 좋은 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NC에서 주전포수로 뛰다 군대에 다녀온 사이 특급 FA 포수 양의지가 입단하면서 출전 기회가 줄었고, 2020년 NC가 우승한 한국시리즈에서도 김태군은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백업’으로 부르던 당시의 환경과 상황들은 작지 않은 상처가 됐었고, 김태군은 삼성으로, 그리고 KIA로 트레이드 되면서 새 마음으로 야구를 대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시 나간 한국시리즈에서 타격도, 수비도, 작전도 완벽한 ‘가을남자’의 모습으로 올라서고 있다.
김태군은 “4~5년 전부터, 더 이상 식물이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서 혹독하게 연습했다. 그 모습이 조금씩 나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1승만 하면 우승포수가 된다. 그럼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분한 마음 갖고 준비해왔다. 우승해서 꼭 우승포수가 되고 최우수선수(MVP)도 받고 싶다”고 감춰왔던 야심을 드디어 당당하게, 마음껏 드러냈다.
대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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