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김용 구속···이제 이재명만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구속한 검찰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물론 사무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결정적 증거 없이 제1야당 대표를 수사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 야당의 ‘편파수사’ 주장과 여당의 ‘이재명 방탄’ 주장이 충돌하며 연말 정국이 블랙홀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 19일 구속된 정 실장을 20일 불러 조사했다. 정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개발 편의를 봐준 대가로 민간사업자들로부터 1억4000만원을 수수하고 대장동 개발 지분을 나눠받기로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발부는 범죄혐의가 성립할 개연성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정 실장 구속으로 검찰은 대장동 수사를 밀어붙일 명분과 추진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 수사는 거짓에 불과하다는 정 실장 주장은 다소 힘이 떨어지게 됐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까지, 이 대표의 최측근 2명을 구속한 검찰의 칼날은 곧장 이 대표를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재명’을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 102회,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 57회 언급했다. 정 실장과 이 대표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모는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해 그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성립한다. 이런 식의 공모가 이뤄졌다면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진다.
관건은 이 대표의 지시·개입·묵인을 뒷받침할 물증과 진술의 유무 여부이다. 일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정 실장의 진술을 끌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검찰이 정 실장을 옭아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진술의 신빙성도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유 전 본부장의 경우 본인도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취약한 지위에서 입장을 돌연 바꿨다. 정 실장은 유 전 본부장과의 대질 조사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수용하지 않았다. 남 변호사의 경우 이 대표와 관련한 진술 대부분이 전언이거나 ‘전언의 전언’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의 폭과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정 실장이 구속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며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했다. 이런 태도에 비춰보면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더라도 이 대표가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가 열리는 회기 중에 국회의원을 체포·구속하려면 국회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이재명 방탄’이라는 검찰·여당 주장과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연말 정국은 ‘이재명 수사’ 블랙홀에 급속히 빨려들 공산이 크다. 검찰의 이 대표 출석 요구나 강제수사는 극한 대치 정국의 개시를 알리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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