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국인 존중 어우러진 ‘작은 지구촌’
이주 노동자 자연스럽게 밀집해
2009년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
이색적인 먹거리·볼거리 다양
시, 관광명소 육성·행사도 다채
지역협의회 이주민 참여해 화합
[기획] 특화거리, 어디로 가야 하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있는 '안산 다문화거리'로 들어서면 마치 한국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가게 간판부터 이국적이다. 한자, 영어, 베트남어, 아랍어, 러시아어로 쓰인 간판이 한글보다 많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물건을 사러 온 사람도 외국인이 더 많다.
다문화거리 초입 한 채소가게. 직원 수 7~8명 정도로 꽤 규모가 큰 가게다. 직원들이 모두 중국어를 하고, 물건을 사러 온 손님도 모두 중국어를 한다. 이 주변 가게들이 대부분 그렇다. 마치 중국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대표는 "나는 조선족인데 여기서 장사한지 4년 정도 됐다"라며 "여기는 중국 한족이나 조선족이 많아서 다른 지역보다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 반대편을 가리키며 "저쪽에는 구소련 국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주말에는 차량이 얽혀 복잡하지만, 주중에는 다른 여느 중소도시처럼 한산하다. 주말 북적이는 이유는 평일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말에 이곳으로 모여들고, 관광객까지 찾아오기 때문이다.
네팔에서 왔다는 한 30대는 "주중에는 공장에서 일하는데 오늘은 자전거를 고치러 왔다"라며 "네팔 식당이 5~6개 있어서 주말에 여기서 식사하고 친구들도 만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번 돈으로 네팔 고향에 집을 새로 짓고, 땅도 많이 샀다고 자랑을 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 다문화 밀집 지역이다. 마치 한국 속 작은 지구촌을 연상케 한다.

초기에는 주로 중국 조선족과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자리를 잡았고, 이들을 겨냥한 식료품점과 식당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다문화거리가 시작됐다.
이곳은 2009년 다문화음식 특화거리,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됐다. 그러면서 내·외국인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안산'이라는 다문화 도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2024년 1월 기준, 안산시 전체 인구는 72만 4000여 명이고 이중 13.2%에 해당하는 9만 6300여 명(115개 국)이 외국인 주민이다. 그 중에서도 원곡동 다문화특구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주민 2만 191명(49개 국) 중 1만 8014명(89.2%)이 이주민이다. 국가별로는 중국(한국계 포함)이 1만 282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우즈베키스탄(1723명), 러시아(한국계 포함) 1484명, 카자흐스탄 663명, 네팔 190명, 인도네시아 174명, 베트남 111명, 키르기즈스탄 107명, 우크라이나 102명, 기타 640명 등이다.

또, 각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향신료와 식재료를 판매하는 상점도 많아 외국인 거주자들에게는 생활의 일부가 되고, 한국인 관광객에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성남에서 왔다는 20대 커플은 "오자 마자 길거리에서 파는 양꼬치부터 먹었는데 맛있었다"라며 "마치 외국에 온 것 같다. 사람, 간판이 모두 외국처럼 느끼게 해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안산시는 다문화거리를 관광 명소로 육성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65일 차없는 거리로 지정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경기도 우수 관광테마골목 사업'에 선정돼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시는 '다문화 미식 투어'와 같은 관광 상품도 운영하는 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은 관광객, 특히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도 열리는데 세계 각국의 거리 예술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원곡동 꼬치축제' 등 각 국가별 외국인공동체를 위한 행사도 수시로 열린다.
지금은 우리나라 다문화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과거에는 사건 사고가 잦은 지역이었다. 인근 주민들이 자녀들에게 원곡동에는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을 정도였다.
20여 년 동안 식당을 운영한 70대 할머니는 "10여 년 전만 해도 사건이 많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끼리 패싸움을 하기도 했다. 무서운 곳이었다. 지인들에게도 놀러오라고 권할 만한 곳이 못됐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예전같은 사건·사고는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주민 주민들을 위한 외국인주민지원본부도 있는 데, 공무원이 근무하는 정식 기구다.
외국인주민지원본부 관계자는 "각종 지역 협의회에 내국인과 외국인 대표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해 의견을 제시하고 사업 방향을 정하는 식으로 화합을 도모하는데, 이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리나라 다문화의 상징적 장소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영 기자
